[人사이트]한국인 첫 CERN 공식 초빙연구원 유인권 부산대 교수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는 세계적인 과학자와 연구원이 모여 국제 협력 형태로 입자 연구와 우주 기원을 탐구하는 곳입니다. 여기에서 대형 연구시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과학기술 기초·응용 노하우를 배우고 축적할 수 있습니다.”

[人사이트]한국인 첫 CERN 공식 초빙연구원 유인권 부산대 교수

지난 달 말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CERN) 공식 초빙연구원으로 위촉된 유인권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 얘기다.

CERN의 공식 초빙연구원은 핵물리 분야 세계적 석학들이 거쳐 간 엘리트 코스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상당수가 CERN 공식초빙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유럽연합 기금과 세계 각국 협력 R&D자금으로 운영되는 CERN은 과학자나 연구원을 대상으로 체재비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유일한 제도다. 그 만큼 위촉연구원 능력과 자질을 신뢰한다는 의미다.

유 교수는 “CERN에서 나를 공식 초빙연구원으로 추천해 심사를 진행하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한국인으로 전례가 없었고 심사와 선정도 까다롭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오는 8월부터 1년여간 CERN에 상주하며 대형이온충돌실험(ALICE) 일환으로 ‘초입자(하이퍼론) 분석’을 주도한다. ALICE 프로젝트 핵심 시설로 구축 중인 최첨단 반도체 기술을 적용한 ‘내부궤적검출기(ITS)’ 제작과 온·오프라인 대용량 데이터처리 분야에서 대한민국 기술적 기여 확대를 위한 매개 역할도 맡는다.

유 교수는 “개인은 물론이고 국내 기초과학계에 경사스런 일이지만, 기쁨보다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부터 대표를 맡아 이끌어 온 ‘한-CERN 국제협력사업’ 예산 확보 등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국내 물리학자와 물리학도 40여명이 이 사업을 위해 매년 CERN에 파견돼 유럽 등 세계 연구진들과 협력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 지원은 9억원에 불과하고 그것도 R&D 금액을 제외하면 5억원에 불과하다.

유 교수는 “연구원 일인당 2000만원이 안되는 돈으로 CERN에 머물며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며 “담당 공무원이 바뀔 때마다 사업 중요성을 새로 이해시켜야 하고 예산 증액은커녕 매년 삭감이 거론돼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유 교수는 “특정 개인이나 기관에 수십, 수백억원씩 투입하는 R&D사업보다 우리나라 과학자와 석·박사 학생들이 CERN과 같은 세계적 연구기관에 들어가 공동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여기서 연구실험 노하우를 쌓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라며 “해외 선진 기초연구 노하우를 체험하고 축적할 수 있는 이러한 사업에 정부 관심과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