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이차전지 업계 비상, "정부 지원 시급"

[이슈분석] 이차전지 업계 비상, "정부 지원 시급"

한중 FTA에서 중국 측은 리튬이온 이차전지(축전지)를 초민감 상품으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이차전지 업계로선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출발점이었다. 결과적으로도 우리 중소 제조·장비업체를 중심으로 적지 않은 피해가 예상된다.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수입되는 배터리 일체에 대한 8% 관세를 즉시 철폐하기로 했다. 반면에 중국은 관세 철폐 항목에서 제외항목으로 지정하는 대신 기존 관세를 12%에서 9.6%로 낮추는 데 그쳤다.

배터리 품목은 중국·한국이 다 들어 있는 아시아태평양무역협정에 따라 9.6% 관세를 적용받았다. 우리 배터리업계가 한중 FTA로 얻은 관세인하 효과에 낙제점을 매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결국 우리나라로 수입은 관세가 사라지고, 중국으로 수출엔 관세가 유지되는 셈이다. 다만, 리튬이온 전지를 스마트폰 등 완제품에 결합할 경우 가공무역으로 처리돼 무관세 수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중국 제조전반 원가나 생산품 평균 가격경쟁력을 고려하면 이마저도 이득이 없을 전망이다.

FTA 체결로 중국에 대한 관세는 2016년 시작해 향후 5년 동안 적용된다. 2022년부터 관세가 철폐될 것이 유력해 보이지만 그때까지 한국산 배터리가 중국 제품에 비해 기술 우위에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 기세로 본다면 5년이란 시간을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이 기간 중국이 관세를 한국산 제품에 매기면서도 리튬이온 전지기술을 조금조금씩 가져간다면 추월도 가능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전망이다. 이후 관세가 철폐되더라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원소재 경쟁력까지 더해진다면 그 이후 승부는 이미 판가름난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중국산 배터리 중 스마트폰이나 디지털기기에 사용되는 소형전지는 이미 세계 정상급 기술력을 갖췄다. 중대형 배터리 분야에서도 ESS용으로 쓸 수 있는 리튬인산철 전지까지 시장 검증을 끝냈다. 전기차용 배터리로 주로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 기술은 중국이 뒤처져 있지만 ESS나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 골프 카트용으로 유용한 리튬인산철전지는 오히려 우리나라가 유입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삼성SDI·LG화학 등은 소형전지에 이어 전기자동차·에너지저장장치(ESS)용 중대형 이차전지 생산라인을 확보했다. 하지만 문제는 배터리 완제품, 이차전지 소재·장비 중소기업이다. 이들 중소업체는 우리나라 대기업 3사 협력업체로 대부분 내수 위주로 시장을 영위하고 있다. 배터리 완제품 중소업체 역시 9.6% 관세를 떠안고 중국시장에서 경쟁하기 어렵다. 정부 차원 중소 배터리기업을 위한 FTA 후속 대책이 나와야 하는 이유다.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는 “중소기업은 대부분 내수 위주 공급을 하기 때문에 관세까지 떠안고 중국에 수출하는 건 쉽지 않은 길이 될 것”이라며 “값싼 중국 소재가 우리나라 시장을 급속히 잠식해 들어오면 관련 중소기업은 존폐 위기로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 배터리산업 육성 정책처럼 우리 정부도 관련 중소기업 보조금이나 기술개발 세제 감면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중소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중국산 리튬전지와 우리나라에서 경쟁하려면 지속적인 연구개발 및 지원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우리나라 배터리 기술경쟁력 향상과 중소기업 제품 및 기술 보호를 위한 다각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