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신창업투자는 영화, 드라마, 음악 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벤처캐피털로 손꼽힌다. 국내 최초로 금융자본을 영화산업에 투자한 회사로 대기업 문화콘텐츠 투자를 앞장서 이끌었고 ‘은행나무침대’ ‘접속’ 등 다양한 영화 프로젝트 투자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 애니메이션 투자조합을 국내에서 가장 먼저 결성하는 등 새로운 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벤처캐피털이다.
최지현 일신창업투자 벤처투자본부 이사는 “콘텐츠산업 투자 수익 규모는 크지 않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며 “정보통신기술(ICT)부문 수익율이 3할 미만이지만 2~3개 정도 기업공개(IPO)를 해서 3~4배를 벌어 수익률을 맞출 수 있으나 영화나 음악 등 문화콘텐츠 투자는 수익이 낮아 7할 이상 수익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문화콘텐츠 산업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며 로엔엔터테인먼트나 SM엔터테인먼트 급성장 등을 예로 들었다.
최 이사는 문화콘텐츠 투자 부문에서도 이른바 ‘안방극장’으로 불리는 드라마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드라마는 방송사가 유통구조를 독점하기 때문에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다. 완성된 드라마라도 방송 편성일정을 잡지 못하면 수익을 창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이 낮아지면서 방송사는 물론이고 제작사에 위기가 찾아왔다. 시청자가 줄어들어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 ‘겨울연가’를 기점으로 폭발했던 일본 한류도 주춤하다. 양국 간 역사 갈등에 환율 문제까지 겹치면서 일본 한류 시장은 절반으로 줄었다.
최 이사는 실제로 얼마 전 일본을 다녀오면서 이 같은 현상을 체감했다. 그는 “늘 현지 비디오 대여숍에 들러 영화와 드라마 트렌드를 확인한다”며 “예전에는 한류 드라마 코너가 가장 좋은 곳에 있었는데 지금은 구석자리에 있다”고 지적했다.
위기와 기회는 함께 찾아온다. 일본 한류가 사그라지는 대신 중국에서 한류 바람이 불었다.
최 이사는 올해를 드라마 한류의 첫 번째 도약기로 내다봤다. 공동제작, 투자 등 해외 시장 진출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본격적 교류가 시작되는 것이 그 배경이다. 일신창업투자는 지난해 ‘지인단신재일기’라는 한중 합작 드라마에 투자했다. 한국이 제작하고 중국 후난TV에서 방영했다. 우리나라 제작진이 참여했고 중국을 배경으로 중국, 대만 배우가 등장했다. 전국 시청률 1등을 기록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제작에는 인기드라마 ‘닥터이방인’이 참여했다.
최 이사는 “파트너끼리 협력하고 상생하면서 수익창출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단순 외주작업이 아닌 초기 단계부터 의견을 나누며 고부가가치 사업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대만 방송 시장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류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초기 호황을 누렸던 대만 방송 시장이 배우, 제작진 등 인력만 유출됐고 결과적으로 중국 시장에 종속되는 결과만 낳은 점을 지적했다.
최 이사는 한국은 좋은 콘텐츠를 유연하고 신속하게 만들어내는 ‘콘텐츠강국’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일본도 여전히 기회가 있다. 제작사와 방송사가 같이 이야기해야 한다”며 “우리가 신뢰할 만한 파트너를 원하는 만큼 상대방도 역량 있는 파트너를 원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