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트]남기혁 멀콥 대표

“호기심에 구입한 200만 원짜리 드론 두 대를 한강에 빠뜨리고 나니 드론 교육과 수리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화학업계에서 일하던 남기혁 멀콥 대표가 지난해 9월 드론 전문기업 ‘멀콥’을 차린 계기는 ‘물에 빠진 드론’이었다. 호기심에서 시작했지만 정확한 사용법을 숙지하지 못해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버렸다. 그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중국 DJI 드론을 수리하고 판매 시 소비자에게 반드시 교육하는 이유다. 그 결과 한 달 100여건 접수되는 드론 수리의뢰 중 멀콥 출고분은 3% 이하다.

남기혁 멀콥 대표 /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남기혁 멀콥 대표 /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드론에 대한 관심이 늘며 그의 일상도 바빠졌다.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군 등 항공관련 기관 관계자들 문의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드론산업 확대로 업계 관계자와의 만남도 늘었다. 창업 이전에는 여섯살 큰 딸과 서울 삼청동 데이트를 하며 주말을 보냈지만 요즘은 얼굴 보기도 어렵다. 그는 “하루가 30시간 정도면 괜찮을 것 같다”며 개인용과 업무용으로 구분된 스마트폰 두 대를 보여줬다.

그의 드론 도전기는 처음엔 쉽지 않았다. 정식 수리 권리를 획득하기 위해 DJI 본사와 수차례 협의해야 했고 까다로운 국내법을 숙지해야 했다. 하지만 늘어나는 드론 수리 수요를 외면하기 힘들었다.

지금 멀콥은 남 대표가 DJI로부터 직접 들여오는 100여가지 부품으로 수리하고 있다. 중국, 일본 등에 있는 DJI 직영 센터에 의뢰할 경우 일주일가량 소요됐던 드론 수리 기간은 멀콥 덕분에 하루로 줄었다. 특히 헬리캠 수요가 높은 방송사, 영상 제작사 등에서 의뢰가 많다.

남 대표는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며 “미개척 영역이었던 드론 수리에 뛰어들고 자신감을 갖게 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방침으로 멀콥은 DJI뿐만 아니라 프랑스 패롯, 중국 시마 등 타사 제품, 병행수입 제품도 수리하고 있다. 드론 대부분이 외산이다 보니 수리비용은 만만치 않지만 멀콥을 찾는 소비자 발길은 전국에서 이어진다.

아직 대학생 신분인 박건우 최고품질책임자(CQO)를 영입한 것도 원천기술을 중시하는 남 대표의 뜻이다. 국가 로봇대회에서 두 번이나 대통령상을 받은 그의 실력으로 멀콥을 ‘종합 드론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 때문이다.

남기혁 멀콥 대표 /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남기혁 멀콥 대표 /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박 CQO는 드론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문가다. 남 대표는 “드론뿐만 아니라 레일캠 등 특수 카메라 개발에도 집중한다”며 그의 기술력과 열정을 소개했다. 남 대표는 회사 운영에, 박 CQO는 개발과 수리에 전념하는 구조를 창업 때부터 이어오고 있다.

남 대표는 신생기업 멀콥을 장차 ‘종합 드론 전문기업’으로 키우는 게 꿈이다. 우리나라의 드론 잠재력을 믿기 때문이다.

“한국은 기술력과 가능성을 모두 지닌 나라입니다. 예산, 기술지원 등 자원을 적재적소에 투입하고 관련 규정을 정비하면 우리나라도 드론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겁니다. 멀콥도 소비자 입장에서 함께 고민하고 드론 저변확대에 앞장서겠습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