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내부에 임시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를 2051년부터 정식 처분시설에 보관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 기간 중에라도 필요하면 중간저장시설 설치와 함께 시설이 들어서는 지역에 대한 보상금 지급 방안도 마련된다.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는 11일 20개월간 국민적 소통과 논의를 통해 도출한 10개 조항 사용후핵연료 관리 권고안을 발표했다. 위원회는 권고안에서 국민안전을 최우선 원칙으로 임시저장시설이 포화되기 전에 사용후핵연료를 안정적인 저장시설로 옮겨야 한다고 밝혔다.
10개 권고조항은 각 처분시설과 연구시설 설치, 중간저장시설 적정 시기, 저장시설 부지에 대한 보상, 전담기관과 관련 법·제도 설치 등 내용을 담았다.
위원회는 중수로 원전은 2019년부터, 경수로 원전은 2024년부터 새로운 저장시설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0년 핵연료 처분 지하연구소 부지 선정을 시작으로 2051년까지는 처분장을 건설해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당장 올해부터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기술개발 세부 계획을 수립하고 관련비용 산정과 특별법 제정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이번 권고안은 원전 내 보관 이외에 별도 저장시설 확보 시점과 지역사회 보상을 공론화한 점에 의미가 있다. 위원회는 2051년부터 운영하는 처분장에 앞서 지하연구소와 함께 별도 처분전 보관시설(중간저장시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간저장시설 착공 적정 시기는 2020년으로 지하연구소 부지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중간저상시설 건설이 늦어지거나 예상보다 원전 저장용량 포화시점이 빨리 도래하면 원전 내 단기저장시설 추가 필요성도 인정했다.
부지 선정과 관련, 지역 반발에 대해선 비용 보상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비용 보상은 세금보다는 부담금 형태로 주민재단 등을 설립해 투명하게 집행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처분장이나 중간저장시설은 물론이고 원전 내부에 추가로 지어질 수 있는 단기저장시설도 지역사회 보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별도 전담기구 출범도 언급했다. 정부 조직 내 사용후핵연료 관련 정책기획회의와 정책기획단을 설치해 공론화 이후 추진 작업을 진행하고 사용후핵연료 기술 관리공사를 설립해 연구·처분시설을 별도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오는 16일 ‘제2차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국회토론회’를 거쳐 최종 권고안을 도출한 후 이를 정부에 제안할 계획이다. 권고안 실제 시행여부는 정부 수용여부에 따라 갈린다.
홍두승 공론화위원장은 “권고안은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법적 절차에 따라 국민 생각을 담아낸 결실”이라며 “국회토론회를 거쳐 의견을 들은 후 산업부 장관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 권고 10안 요약
자료: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
권고안 나왔지만 부지 선정과 보상·이동방법 숙제 산적
이번 권고안은 처음으로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대한 국민 생각이 법적 절차에 따라 수집·제안된 것이란 데 의미가 크다.
하지만 숙제도 많다. 정부가 이 권고안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실제부지 선정과 보상방법, 핵연료 이동방법 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우선 부지선정부터가 문제다. 위원회는 지하연구소 부지에 중간저장시설과 처분장을 같이 설치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뒀다. 좁은 국토와 높은 인구 밀집도 특성상 다수 부지를 선정하는 데 현실적 어려움이 있음을 감안한 셈이다.
이는 반대로 부지선정 과정에서 주민 반발과 보상규모 상향을 예고한다. 경우에 따라 2020년에 운영되는 지하연구소 부지가 향후 2051년 운영되는 처분장 부지로도 해석될 수 있다. 처분장은 둘째 치고 지하연구소 부지 선정부터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기술적 해결점도 남아 있다.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위해선 저장시설까지 운반이 필요하지만 아직 검증된 방법이 없다. 원전 내 운반은 육상운반 체계나 인·허가 확보 등으로 기술적 완성과 경험을 갖고 있지만, 원전 밖으로 이동은 기술은 물론이고 새로운 제도·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국내 도로운반은 교량 법적 통과한도 용량이 40톤인 반면에 사용후핵연료는 운반용기와 차량 중량을 포함하면 150톤이 넘는다. 지형 특성상 경사면과 곡선도로가 많고 원전과 연결된 철도도 없다. 정책 추진을 위해선 국민적 합의와 함께 관련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