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부품 사업은 한 방이다.’
업계에서 흔히 통용되는 말이다. IT만큼 변동성이 큰 산업 분야는 많지 않다. 기회를 잘 잡으면 단기간에 연매출이 수천억원에 이르는 중견 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고, 투자 한 번 잘못하면 회사가 휘청거리기도 한다.
자동차 부품 사업과 비교하면 IT 부품 사업이 얼마나 변동성이 큰지 알 수 있다. 자동차는 한 번 출시되면 보통 5~7년 동안 생산된다. 부품 업체는 그동안 안정적 매출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라이프 사이클이 짧게는 3~4개월, 길어도 9개월을 넘기기 힘들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한 애플조차 신제품이 출시된 지 6개월이 지나면 인기가 시들해지고, 대신 차기 모델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5년 동안 스마트폰 시장이 호황을 구가하면서 우리 IT 부품 업체는 유례없는 기회를 맞았다. 파트론·인탑스·삼광 같은 회사는 스마트폰 시장 성장을 기회로 매년 30~40% 성장률을 이어왔다. 사상 처음으로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한 IT 부품 업체도 꽤 나왔다.
기회가 큰 만큼 위기도 많다. 일부 업체는 시장 대응에 실패해 매출이 4분의 1 토막 나기도 하고, 부도가 나거나 회사가 넘어가기도 한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둔화되면서 지난해부터 IT 부품 업체도 성장세가 급속도로 꺾였다. 앞으로 기회를 잡는 업체보다는 위기를 맞는 회사가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IT 부품 기업은 위기 대응에 더 민감해져야 한다. 특정 제품 의존도를 줄이고, 특정 고객사 의존도도 낮춰야 한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비용을 줄이고, 자동차 전장·웨어러블 기기·헬스케어 등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
과거 많은 IT 부품 업체는 변화와 혁신을 시도하다 실패했다. 상당수 기업은 주력 사업이 무너진 상황에서 방향 전환을 노리다 현실을 극복하지 못한다. 변화와 혁신을 하기 가장 좋은 때는 주력 사업이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동안이다. 혁신도 체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IT 부품 기업이 혁신할 수 있는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