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광산(Urban Mining) 전문기업 성일하이텍이 해외 원재료 처리사업을 확대한다. 처리단가가 높은 우리나라보다 동남아시아 현지서 원재료를 처리해 우리나라로 원료 재가공 수출함으로써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략이다. 최대 난제였던 원재료 확보에 숨통이 트이면서 실적 개선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성일하이텍(대표 홍승표)은 말레이시아 셀랑고르 클랑 소재 이차전지 스크랩(폐기물) 전처리 공장 규모를 연 7200톤으로 증설한다고 14일 밝혔다. 증설은 연말까지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지난 1월 연 3000톤 규모 전처리 공장을 세워 가동한 뒤 1년 만에 처리 규모를 배 이상 키우는 셈이다. 최근 현지 이차전지 폐기물 공급 업체와 계약 물량을 늘리기로 하고 증설을 결정했다. 현지 인·허가 취득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성일하이텍은 이 공장에서 이차전지 스크랩에 함유된 코발트와 니켈을 추출한 뒤 분말 형태로 만들어 우리나라로 들여온다. 성일하이텍 전북 군산 리사이클공장에서 이차전지 양극활물질 핵심 소재인 황산코발트·황산니켈로 재가공한다.
중국 등 세계 최대 이차전지 소비시장 인접국에서 이차전지 폐기물을 확보해 원료로 만든 뒤 우리나라 이차전지 핵심 소재로 다시 재가공·판매하는 자원 순환 사업 모델이다. 우리나라는 일본·중국과 함께 스마트폰 등 스마트기기용 소형 이차전지는 물론이고 자동차·에너지저장장치(ESS)용 대형 이차전지까지 생산하는 최대 이차전지 생산국이다.
원재료 처리량이 늘어나면서 우리나라 공장도 증설할 계획이다. 연말까지 코발트는 메탈 기준 월 60톤 생산능력을 100톤으로, 니켈은 20톤에서 60톤으로 생산량을 늘린다.
성일하이텍은 지난 2012년 리사이클을 이용해 코발트메탈·니켈메탈, 이차전지 소재인 황산코발트·황산니켈 생산에 성공했다. 이차전지 폐기물을 분해해 선별 과정을 거친 뒤 습식제련을 거쳐 소재 양산에 성공한 것은 성일하이텍이 우리나라 처음이다. 지난해 매출은 약 950억원, 영업이익은 30억원 규모다.
홍승표 성일하이텍 사장은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으로 이차전지 소재 시장 상황이 좋지 않지만 장기적 안목으로 원재료 처리량을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도시광산 사업에서 중견· 중소기업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인 원재료 확보 문제를 해결하면서 사업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