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장소에만 가면 갑자기 눈이 따갑고 목이 칼칼해지는 경우가 있다. 심한 경우 기침이 나고 피부가 가려워지기도 한다. 새로 생긴 상점에 오래 머물거나 새로 지은 집으로 이사 갔을 때 심해진다. 평소에 알레르기가 심한 편이 아닌 사람도 유달리 답답해하거나 고통을 호소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럴 때는 ‘새집증후군’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새집증후군이 처음 나타난 것은 1970년대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아랍석유수출국기구(OAPEC)가 원유 가격을 올리기 위해 공급을 줄이면서 세계가 두 차례나 석유 파동을 겪던 시기다. 조금이라도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건물 외벽에 단열처리를 하거나 창문을 이중창으로 바꿨다. 자연스레 드나들던 공기 통로를 차단한 대신에 기계설비로 냉·난방과 습도 조절을 실시했다. 물샐 틈 없이 밀봉한 덕분에 건물 밖으로 새나가는 열은 줄었지만 동시에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숨을 쉬기 어렵고 눈과 목이 아픈데다 피부까지 가렵다는 하소연이 시작된 것이다. 세계 각국의 의료진과 연구자는 공통된 증상을 보고했고, 특정 건물 상태가 질병을 유발한다는 뜻으로 ‘병든 건물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광범위한 조사에 착수한 세계보건기구(WHO)는 1984년 ‘실내 공기질 조사’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며 병든 건물 증후군을 공식적으로 사용했다. 새로 짓거나 개·보수를 한 건물 30% 이상에서 이 현상이 나타났다.
증세는 비슷했지만 원인은 제각각이었다. 공사 자재로 사용한 물질에서 신경체계에 영향을 주는 성분이 유출된 경우도 있고, 여러 유기물이 공기 중에 많아지면서 증세가 나타나기도 했다. 오래된 건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면서 미생물과 곰팡이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래도 공통점이 있었다. ‘환기 부족’이었다. 실내 공기가 오랫동안 정체돼 있으면 유해성분 비율이 높아지면서 병든 건물 증후군이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병든 건물 증후군은 해당 장소를 벗어나는 순간 증세가 완화된다는 특징이 있다. 너무 오랜 기간 동안 머무르면 두통, 기침, 가려움, 근육통 등 ‘건물 관련 질병(BRI)’으로 불리는 만성질환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건물을 에너지 소모가 많은 예전 상태로 되돌릴 수는 없다. 다른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건강한 건물’ 개념이다. 병을 유발할 만한 자재는 사용하지 않고 공기 순환과 습도 조절도 최적으로 실시한다는 뜻이다.
어떻게 해야 새집증후군을 예방하고 건물 관련 질병을 멀리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환기다. 실내 공기가 교체되지 않고 장시간 머무르면 오염물질 농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환기 대신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편이 낫지만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모두 걸러내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창문이 없는 방은 오래도록 방문을 닫아두는 일이 없도록 한다.
새로 지은 건물에 입주하기 전 ‘베이크 아웃’을 실시하는 것도 방법이다. 창문과 문을 모두 닫되 가구 서랍과 문짝을 모두 열어놓고 7시간 이상 보일러를 가동시켜 실내기온을 섭씨 35~40도로 유지시킨다. 이 과정에서 가구, 벽지, 바닥재에서 오염물질이 다량 방출된다. 이후 창문을 열어 1시간 동안 환기를 시키고, 다시 베이크 아웃을 진행하는 식으로 4~5회 반복하면 된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모든 오염물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나머지 성분은 생활 중 지속적으로 환기를 시켜 건물 밖으로 조금씩 배출해야 한다. 무엇보다 신축이나 개·보수 공사를 할 때 친환경 자재를 사용했는지 규제 항목을 위반하지 않았는지 꼼꼼히 살피는 것이 우선이다.
임동욱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