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가 스스로 회전하는 운동인 스핀을 이용해 수 나노미터(㎚) 크기 나노 자석에 정보를 저장하는 스핀트로닉스 메모리 소자는 차세대 메모리로 주목받고 있다. 전자 스핀이 일정한 방향으로 정렬돼 흐르면 스핀전류가 발생하고, 이를 이용해 나노 자석에 정보를 기록해 메모리로 작동한다.
스핀트로닉스 메모리는 기존 D램 반도체에 비해 전력을 공급하지 않아도 정보가 지워지지 않고, 용량이 큰 정보 저장이 가능해 차세대 메모리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기존 스핀트로닉스 메모리에서는 정보를 기록할 때 비교적 큰 전류가 필요한 것이 단점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포함된 국제 연구진이 스핀트로닉스 메모리 소자를 전기 없이 나노 자석 양 끝 온도 차이만으로 구동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스핀트로닉스 메모리 일종인 스핀토크 메모리(STT-MRAM)를 작동하기 위해서는 비교적 많은 전류를 흘려줘야 한다. 이는 스핀토크 메모리 상용화에 중요한 장애요인이다. 연구팀은 스핀 열전효과를 이용해 스핀 메모리 소자 에너지 소모를 절감하는 새로운 동작 기법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이병권) 스핀융합연구단 최경민 박사와 민병철 박사, 고려대 이경진 교수, 일리노이주립대 데이비드 케이힐 교수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진은 외부에서 전력 공급 없이 나노 자석 양쪽 끝 온도 차이만을 이용해 스핀 메모리 소자에 정보를 기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스핀 메모리 소자의 에너지 손실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기술이다.
금속이나 반도체 양쪽 끝의 온도를 서로 다르게 유지하면 온도 차이로 전압이 발생하며, 외부에서 전지를 연결하지 않아도 금속이나 반도체에 전류가 흐른다. 이 현상을 제백효과(Seebeck effect)라고 하는데, 열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데 이용하는 대표적인 열전 효과다. 이와 유사하게 자석 양쪽 끝 온도를 서로 다르게 유지하면 온도 차이로 자석 안에 스핀 전류가 흐른다. 이 현상을 스핀-의존 제백효과(Spin-dependent Seebeck effect)라고 한다. 전하에 의한 전류는 전혀 흐르지 않는 상태에서 스핀 전류만 흐르기 때문에 기존 기술에 비해 에너지 손실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그동안 많은 연구팀이 스핀 열전 효과를 이용해 스핀 메모리 소자를 구동하려고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에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스핀 열전 효과를 이용해 스핀 메모리 소자를 동작시킴으로써 스핀을 이용한 저전력 메모리 소자 및 통신 소자 개발에 한걸음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구팀은 “스핀 전류만 이용해 나노 자석을 스위칭 시키기 때문에 기존 기술보다 에너지 손실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 예상된다”면서 “한 번 충전으로 오랜 시간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전자기기를 구현하는 데 이 기술을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 8일자 온라인판에 ‘금속 스핀-밸브 구조에서 스핀 의존 제백효과에 의한 열적 스핀전달토크’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 스핀트로닉스(Spintronics)=전자가 스스로 회전하는 운동을 나타내는 ‘스핀(spin)’과 전자공학을 뜻하는 ‘일렉트로닉스(electronics)’의 합성어다. 전자의 전하뿐만 아니라 전자의 스핀을 이용해 더욱 효율적이면서 다양한 기능을 지닌 전자공학을 연구하는 융합학문 영역이다. 스핀트로닉스 기술은 하드디스크에서 정보를 읽어내는데 사용하는 기술로, 지난 2007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