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 1조원 이상 스마트폰 케이스 제조업체 2세 경영자, 명문 워싱턴대 출신 유학파, 디자인 스타트업 공동 창업자...’
김근하 인탑스 대표(39)를 수식하는 말이다. 인탑스는 스마트폰 케이스 시장에서 독보적인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전방 시장 변화로 업황 자체가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다. 젊은 2세 경영자가 어떤 새바람을 일으킬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 대표가 야심차게 내놓은 첫 번째 프로젝트는 바로 사회공헌의 일종인 ‘페이퍼 프로그램’이다.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한 하드웨어 스타트업 기업이 양산에 돌입할 때 제조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게 페이퍼 프로그램의 골자다. 자금 지원을 위해 인탑스와 IBK기업은행이 50억원씩 출자해 100억원 펀드도 만들었다.
예상을 깬 행보다. 인탑스만 잘 되면 된다는 이기심은 오래 전에 버렸다. 우리 회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산업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그의 가치와 경영 철학이다.
“10~100개 시험 생산하는 것과 1만개 이상 양산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오랜 업력과 제조 노하우를 가진 인탑스가 우리 정보기술(IT) 산업 발전을 위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페이퍼 프로그램은 한국 제조업의 미래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이미 전통 제조업의 틀 안에선 중국과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
“30년된 금형 기술자, 20년된 코팅 기술자는 우리 회사뿐 아니라 우리나라 자산입니다. 이런 분들이 보유한 제조 노하우와 젊은 창업자 아이디어를 엮는다면 상당한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이란 확신이 들었죠.”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하드웨어 제조 스타트업 투자가 활발하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제품기획부터 개발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사회적으로 협업이 잘 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최고 수준 디자이너·엔지니어·마케팅 전문가가 지분을 받는 대신 지원하는 방식이 활성화돼 있다. 제품화되기 전 아이디어만으로 선주문을 받고 이를 기반으로 자금 유치까지 쉽게 이뤄진다.
미국에서도 제조가 문제다. 미국 내 제조 인프라가 없어 양산 단계에서는 중국 기업에 주문자제조생산(OEM)을 맡긴다. 이 때문에 품질 문제가 발생한다.
“모든 창업 인프라가 갖춰진 미국조차도 제조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어요. 제조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절대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없어요.”
김 사장이 제조 문제 이후 주목한 것이 바로 디자인이다. 스타트업 기업에 디자인까지 지원하는 게 향후 그의 목표다. 이를 위해 디자인 회사도 만들었다. 인탑스는 플라스틱·메탈 가공 기술뿐만 아니라 목재·직물 등 다양한 소재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좋은 디자인을 이상적으로 구현하려면 반드시 소재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롤스로이스 차체에 적용되는 목재 소재는 수백만원에 팔립니다. 디자인과 소재 기술이 합쳐지면 상당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반드시 제조 기반이 남아 있어야 합니다. 제조 강국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2세 경영자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