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46년 만에 대외홍보용 한글 기업 이미지(CI) ‘삼성전자’를 ‘SAMSUNG’으로 바꾼다. 영문 ‘SAMSUNG’만을 사용하는 해외법인 전략을 국내에 도입해 글로벌 기업 이미지를 극대화한다. 삼성 고유 파란색 타원형 이미지도 국내 홍보물 CI에서 뺐다.
1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대외홍보 브랜드를 ‘SAMSUNG’으로 통일했다. 신문·TV·온라인 등 대외 광고물 속 CI에 파란색 타원형 브랜드와 한글명을 삭제했다. 창사 이래 국내에서 한글 명칭이 빠진 건 처음이다.
기조변화는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GMO)이 이끌었다. 전면에 영문 이니셜을 새긴 갤럭시 스마트폰, TV 등 세계 1위 제품 보급 확대로 ‘SAMSUNG’에 대한 소비자 친숙도가 높아졌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는 수년 전부터 해외 마케팅 활동에 파란색 바탕 CI보다 ‘SAMSUNG’ 레터마크를 더 많이 사용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부터 진행된 제품별 독자 브랜드 폐지에 이어 대외 홍보에 쓰이는 회사명을 제품과 동일하게 맞춘 ‘원(One) SAMSUNG’ 전략 일환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 광고와 대외홍보에서도 지난 5월부터 세계 추세에 맞게 영문 레터마크를 사용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단계적으로 시행해왔다”며 “필요에 따라 레터마크와 파란색 로고 사용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라 밝혔다. 국내에서도 해외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시장 일부로 간주해 일관성 있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의도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국내 홈페이지 디자인도 해외법인과 동일하게 맞춘 바 있다.
현 레터마크에 대한 삼성의 애정은 남다르다. 1993년 ‘신경영 선포’에 맞춰 미국 CI 전문업체 L&M에 의뢰해 개발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후원, 메모리·스마트폰·TV 1위 달성 등 세계 초일류 기업 도약 순간을 함께한 삼성 대표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올해 갤럭시S6 마케팅에도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살려 전작까지 쓰던 별도 서체를 버리고 현 레터마크를 넣었다.
비영어권 글로벌 기업에서는 간단한 영문 레터마크만 강조한 마케팅이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일본 파나소닉은 1918년 창업 이래 사용하던 내수용 브랜드 ‘내쇼날’을 2009년 폐지하고 해외 브랜드 파나소닉(Panasonic)으로 일원화했다. 별도 문양 없이 영문 레터마크만 사용 중이다. 소니도 1957년 ‘SONY’ 브랜드 도입 후 1961년 현 레터마크를 통합 브랜드로 활용하고 있다. 도시바, 샤프, 히타치도 마찬가지다. 중국 업계도 하이얼, 하이센스, TCL 등이 같은 전략으로 세계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