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기기의 ‘경박단소’ 디자인을 가능케했던 칩온필름(CoF) 기술이 단면에서 양면으로 진화 했다. 고해상도·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핵심 부품으로 부상하면서 관련 업계의 시장 진출도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양면 CoF 시장에 첫발을 내딛은 스템코에 이어 LG이노텍이 시장에 뛰어든다. 스템코는 삼성전기와 일본 도레이의 합작사다. 삼성테크윈에서 분사한 해성디에스도 기존 삼성테크윈의 CoF 생산 설비를 재활용해 프리미엄 CoF 시장 진출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불과 5~6년전만 하더라도 CoF 시장은 스마트폰 시장의 급성장으로 10여개 업체들이 우후죽순 뛰어들어 ‘레드오션’이었다. 시장이 정체되고 단가가 급락하면서 수익성이 낮아지자 많은 업체들이 사업을 접었다. 선두 업체였던 삼성테크윈과 일본 엠씨에스가 2012년 생산을 중단하면서 현재 스템코와 LG이노텍 ‘2강’ 체제로 굳어졌다. 이들 국내 업체가 세계 시장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몇년간 정체됐던 CoF 시장이 최근 양면 CoF 기술로 다시 조명받고 있다”며 “디스플레이 해상도·두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부품인 CoF의 기술 진화도 이끌었다”고 말했다.
CoF는 폴리이미드(PI) 필름 위에 반도체 미세회로를 그려 드라이브 IC 등을 실장하는 기술로, 모듈 소형화가 가능해 전자기기의 두께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주로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나 카메라모듈에 많이 쓰인다. 필름타입이기 때문에 접거나 말 수 있어 플렉시블·웨어러블 기기에도 적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CoF는 필름의 한 면만 활용했다. 양면 CoF는 위 아래면을 모두 활용하는 것으로 단면에 비해 회로 집적도를 1.5~1.8배 이상 높일 수 있다. 제품 크기를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방열 효과도 향상됐다.
지난해 스템코는 세계 처음으로 ‘2-메탈 양면 CoF’ 제품을 개발, 양산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PI 필름에 구멍(홀)을 뚫어 양면에 구리 회로를 실장했다. 양면에 회로를 장착해도 두께는 55㎛에 불과하다. 새로운 에칭 기술을 적용해 최근 회로 선폭 20㎛ 피치까지 줄였다.
LG이노텍도 시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해 이미 내부적으로 2-메탈 핵심 기술을 확보, 올해 시장에 전략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해성디에스는 기존 삼성테크윈의 단면 CoF 설비에 추가 투자해 양면 CoF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보다 효율적인 공정으로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디스플레이 업계서 퀀텀닷(QD) 필름을 장착해 해상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공간에 제약이 생기자 양면 CoF의 수요가 급증했다”며 “제품 설계의 자유도를 높여주는 양면 CoF는 플렉시블과 웨어러블 디스플레이에서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