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전기버스사업, 결국 중국기업 손으로

한국화이바 전기버스 사업이 결국 중국 기업에 넘어갔다. 우리나라 유일 상용 전기버스 사업모델이 중국에 인수되면 전기버스 시장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중국 전기버스 제조·서비스 업체 한국시장 공세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본지 5월 27일자 2면 참조

한국화이바는 지난 12일 경남 밀양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위나동방코리아에 자사 전기버스 사업부와 개발 인력·생산설비 일체를 매각하기로 했다. 위나동방코리아는 중국 산동태기(타이치)그룹 계열사인 위능환보전원유한공사 한국지사다. 인수금액은 한국화이바 함양 일반산업단지 9만4546㎡ 부지를 포함해 252억원으로 알려졌다. 위나동방코리아는 이 부지에 전기버스 조립 및 생산시설을 세울 계획이다.

타이치그룹은 한국화이바 전기버스에 탑재된 리튬이온 배터리와는 다른 리튬인산철 배터리 공장을 한국에서 가동할 계획이다. 타이치는 지난해 말 위나동방코리아를 앞세워 2017년까지 약 730억원을 투자해 충남 내포신도시 산업용지 32만㎡에 공장을 세울 목적으로 충청남도와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여기서 생산된 배터리가 위나동방코리아 전기버스에 탑재될 것이 유력하다. 타이치는 함양 공장에서 자사 브랜드 전기버스를 제작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판매할 계획이다.

한국화이바 관계자는 “인수자로 위나동방코리아를 낙점했고 이른 시일 구체적 매각절차 등 세부 사항을 공개할 것”이라며 “기존 배터리와 다른 방식 배터리를 쓰게 되면서 배터리 관련 전력제어 등 한국 업계가 우려하는 핵심기술 유출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화이바 전기버스는 우리나라 도로 환경에 맞는 저상버스다. 유리섬유강화 플라스틱(RP)이라는 초경량 자재를 사용해 섀시·차체·도장·의장 공정 등 총 14단계를 거쳐 생산한 49인승 차량이다. 차체 중량은 11톤에 달해 기존 철제 버스보다 1톤가량 가볍다. 연비도 1㎞ 주행 시 100원 안팎 전기요금만 든다. 압축천연가스(CNG) 차량(604원), 디젤차(727원)보다 경제성이 월등하다.

지난 2009년부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전기버스 보급 사업에 대부분 활용됐다. 하지만 서울시와 전기버스 확대 MOU를 교환하며 전기버스 개발·생산에 대대적으로 투자했지만 최근 3년간 보급 사업이 잇따라 무산돼 경영난을 겪어왔다.

타이치는 1987년 설립돼 14개 계열사를 둔 그룹으로 성장했다. 전기차와 이차전지, 자동차 브레이크 시스템 등을 주력 생산하고 있다. 계열사를 통해 지난해 자회사인 위나동방코리아를 세워 한국에 진출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