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알뜰주유소가 만드는 경쟁시장

[전문가기고]알뜰주유소가 만드는 경쟁시장

알뜰주유소 1호점이 문을 연 지 약 3년 반이 지난 지금, 전국에 약 1100개 알뜰주유소가 영업 중이다. 이제는 고속도로, 전국 각지 농협주유소 이외에 도심에서도 간간이 볼 수 있을 만큼 알뜰주유소가 제법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이어진 국제 원유가격 변동으로 인한 유가 등락 과정에서 알뜰주유소는 가장 먼저 논란에 휩싸였다. 핵심은 기름값이 오를 때도 그렇게 싸지 않고, 반대로 가격이 내려갈 때도 더 많이 가격을 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알뜰주유소가 생각만큼 알뜰하지 않다는 지적이 따랐다.

알뜰주유소는 최소한 비용만을 책정해 석유제품을 공급하기로 소비자와 암묵적인 약속을 한 것이므로 분명 싼 가격에 판매해야 한다. 하지만 가격 등락, 낮은 가격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알뜰주유소가 우리나라 석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다. 석유제품 유통가격의 저울추 역할을 분명히 수행하고 있다.

알뜰주유소가 생기기 이전 비싼 정유사 브랜드 주유소가 가격 기준이 됐다면 알뜰주유소가 생긴 이후에는 국제가격이 바로 반영돼 가격이 결정되고 있다. 기준 가격이 알뜰주유소 판매가로 바뀐 것이다. 따라서 알뜰주유소의 싼 가격은 주변 주유소가 가격을 인하시키도록 압박을 가하는 경쟁요인으로 작용해 시장에 경쟁을 촉진했다.

과점시장이 경쟁시장으로 바뀌면서 소비자 후생이 늘어나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이미 증명된 바 있다. 알뜰주유소 이전에 정유사로 돌아가던 과점이익 상당 부분은 알뜰주유소 출현 이후 소비자에게 돌아왔다. 관련 기관 연구에 의하면 지난 3년 반 동안 알뜰주유소 자체 가격 인하로 인한 직접적 효과와 주변주유소 가격 인하로 인한 간접적 효과로 소비자 후생은 약 2660억원 증가했다. 알뜰주유소의 싼 가격 논란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는 알뜰주유소로 인한 경쟁으로 큰 이익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고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 알뜰주유소 논란이 왜 자꾸 일어날까. 그 답은 이익이 줄어든 기존 주유소 사업자 목소리는 높은 반면에 이익을 받고 있는 다수 소비자가 침묵하는 데 있다.

기름값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단골로 알뜰주유소가 등장할 때 시장 전체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무시된 채 비용이나 가격만을 마치 큰 문제인 양 부각시켜 소비자가 알뜰주유소에 부정적 인식을 갖게 하려는 의도가 있는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대형 정유사 이익만을 대변하기 위해 긍정적 효과는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감추려고만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을 수 있다는 것을 현명한 소비자가 알아야 한다.

알뜰주유소가 주변지역보다 가격이 싸지 않다는 이야기를 반대로 생각하면 알뜰주유소 덕분에 알뜰주유소 주변지역 가격이 싸져서 주유소 간 가격차이가 적어졌다는 뜻이 된다. 사실 이처럼 석유시장에서 논란이 된다는 사실 자체가 알뜰주유소 역할과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시장은 비슷한 이해관계를 가진 동질적인 참여자들만 있을 때보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참여자들이 있을 때 경쟁유인이 더 커질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알뜰주유소는 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바탕에는 알뜰주유소는 분명히 싼 가격에 석유제품을 공급해야 하고 알뜰주유소로 인해 특정 기관이 이익을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침묵하는 다수 소비자의 이익’을 위해, 그리고 시장을 다양화하고 경쟁적으로 만드는 하나의 시장 참여자로서 알뜰주유소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대돼야 할 필요가 있다.

김재옥 에너지컨슈머 회장 jokim@consumerskor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