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이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포스트2020)에 우리나라 산업 현실을 반영한 합리적인 결정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온실가스 감축은 환경 문제만이 아닌 산업에 밀접한 사안이라는 것을 간과하면 안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렸다.
12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포스트202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안 공청회’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이행가능성’을 염두에 둔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지난 11일 2020년 이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담은 ‘포스트2020’ 안을 공개했다.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15~31%를 감축하는 4개 목표 시나리오다.
패널토론에 나선 김연섭 롯데케미칼 상무는 “고도비만인 사람이나 단기간 감량 시 효과가 큰 것이지, 이미 건강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다이어트가 어렵다”며 “석유화학업종은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 잘 다져진 몸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종은 이미 온실가스 다이어트를 많이 했기 때문에 1톤 감축 한계비용이 50~100만원 정도로 높고, 과도한 감축목표는 감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김 상무는 “온실가스 감축 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용성”이라며 “달성 불가능한 목표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남정임 한국철강협회 팀장도 “달성 가능한 목표를 국제사회에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남 팀장은 “2020년 BAU대비 30%인 중기 감축목표는 과도하기 때문에 포스트2020에서는 이를 이행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 산업계의 요구”라고 말했다.
남 팀장은 “우리나라에서 생산을 줄여야할 정도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면 에너지효율이 우리보다 낮은 해외에서 생산이 늘어, 지구적으로는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본부장은 “가장 가볍다는 1안도 산업계에 부담되는 수준”이라며 “온실가스 감축활동이 산업계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정부 전망보다 훨씬 더 크고, 감축목표를 높게 잡는 것은 경제 저성장을 고착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환경계에서는 정부의 4가지 시나리오가 모두 지난 2009년 국제사회에 발표한 중기 감축목표보다 후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정부의 감축목표안은 선진국들이 내놓는 1990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102~199% 늘어난다”며 “이 감축목표로는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녹색성장기본법에 2020년 중기감축 목표가 명기돼 있는데, 이를 무시한 이번 정부안은 명백한 위법”이라며 “정부가 스스로 법을 어기면서 국민들에게 법을 지키라고 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학교 교수는 “우리나라는 더 이상 개발도상국이 아니다”라며 “정부의 4개 안 중 2005년 기준에 비춰 봤을 때, 어느 것도 배출량이 줄어들지 않는데 국제사회를 어떻게 납득시킬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