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원전 폐로, 새로운 기술 경험의 출발점돼야

정부가 고심 끝에 우리나라 첫 원전인 고리1호기의 영구 정지를 결정했다.

운영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이번 주 정부 권고안을 수용하면 고리 1호기는 폐로 수순을 밟게 된다. 고리 1호기는 우리나라 원자력발전 신기원을 열었던 주역인 만큼 역사적 의미가 크다. 첫 번째로 역사 뒤안길에 묻히는 원전이 됐으니 그 의미 또한 크다.

이를 단순히 원전 폐기, 용도 폐기 등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온당치 않다. 그동안 우리나라를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일으켜 세운 한 주역이다. 이제 역할을 마치고 퇴역하면서 우리나라 원전산업에 또 하나의 길을 열게 된다. 바로 원전 폐로에 따른 원전해체 산업이다.

지구촌에는 현재 가동하지 않고, 해체를 기다리고 있는 원전이 140여기에 달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관련 원전 해체시장이 오는 2050년 1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원전을 안전하고 영구적으로 해체하고, 주변 자연을 복원시키는 기술을 확보한다면 이 큰 시장은 분명히 우리나라에 더없는 기회로 다가온다.

우리나라는 원전 해체를 위한 핵심 기반 기술 38개 중 오염토양 처리 등 17개를 이미 개발해 상용화했다. 아직 고방사성 폐기물 안정화, 우라늄 폐기물 처리 등 21개 기술은 개발 과제로 놓여 있다.

우리나라 첫 원전인 고리 1호기가 전인미답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니 시행착오나 허점이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원전해체 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030년까지 우리 앞에는 15년의 시간이 남아 있다. 이 기간 동안 조급해하지 말고, 차근차근 기술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실험하고 실증할 수 있는 대상이 있으니 얼마나 좋은 환경인가.

다만, 국민 불안과 안전 위해 요소는 철저히 배격하면서 정부와 관련 사업자가 ‘올인’하다시피 해야 한다. 이번 고리 1호기 폐로가 마지막 단추가 아닌, 첫 단추가 돼야 하는 이유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