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배터리설비 강소기업 무진서비스 가보니

#. 최근 찾은 광주평동산단에 자리한 무진서비스(대표 최은모) 생산동은 대당 5억원에 이르는 스트랩테스팅 머신 출하 준비로 일손이 분주했다. 배터리 셀을 만드는 설비시스템 스트랩테스팅 머신은 수천 개 정밀한 부품이 한치 오차없이 주어진 공정을 쉴 틈 없이 수행했다. 부품 하나라도 결함이 생기면 제조공정은 ‘올스톱’이다. 현장에 긴장감이 도는 이유다. 이 때문에 설계부터 라인구축까지 모든 과정은 전자동제어시스템으로 통제된다. 오류나 불량을 찾아보기 힘들다. 1988년 설립한 무진서비스는 산업용·자동차용 배터리 설비 한우물을 파다보니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했다. 갓 출고된 시스템은 페인트가 마르기 무섭게 미국, 일본, 유럽행 수출길에 오른다.

최은모 무진서비스 대표(왼쪽 세 번째)와 광주지역 유관기관 관계자가 배터리 셀을 만드는 설비시스템을 둘러본 뒤 기념촬영했다.
최은모 무진서비스 대표(왼쪽 세 번째)와 광주지역 유관기관 관계자가 배터리 셀을 만드는 설비시스템을 둘러본 뒤 기념촬영했다.

무진서비스가 30여년간 차별화된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300억원 규모 글로벌 배터리설비시스템 시장을 석권했다. 직원이라고 해봐야 고작 43명이다.

수입설비에 의존하던 1980년대 후반 무진서비스는 국내 최초로 정밀도를 향상한 공작기계 개발에 성공했다. 수입 배터리 제조 설비보다 배터리 품질을 높인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수입산 기계를 공장 한 켠으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글로벌 업계 최초로 선보인 ‘원스톱 수출 시스템’으로 해외 고객 마음을 사로잡았다.

외국 바이어가 설비를 사가면 전문기술진이 현지에 파견돼 배터리 설계, 제조, 시운전, 설치, 생산, 교육 등 모든 과정을 현장 지원했다. 무진서비스는 당시 영국 등 콧대 높은 유럽 제조사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고객만족’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서비스정신과 친절을 무기로 내세웠다.

최 대표도 1년 중 절반은 해외에 머문다. 파나소닉, 일본전지, JCI 등 글로벌 고객사와 수시로 만나 애로사항과 AS처리 현장에서 밀착 지원한다.

지난해 벌어들인 매출 250억원 가운데 80%는 수출이다.

국내외 배터리 제조업체 생산라인에도 무진서비스 배터리설비시스템이 들어간다.

제조업으로는 드물게 영업이익이 17%에 달한다. 직원 한 명당 매출이 6억원 수준이다.

무진서비스는 매출 20%는 반드시 R&D에 투자한다. 창업 후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다. ‘우물안 개구리’처럼 현재에 안주하다가는 언젠가는 도태된다는 생각에서다.

무진서비스는 트렌드 선도와 기술혁신을 최우선으로 내세우고 있다. 유럽 등 경쟁국이 유사제품을 들고 나올 때쯤에는 한발 앞선 신기술을 선보이는 전략이다.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20여 신규직원을 수시 채용했다. 대졸 신입사원 연봉이 업계 최고 수준이어서 지역 우수인재가 대거 면접장을 찾았다.

전 직원이 1년에 한 번은 고객사가 있는 해외 시찰에 나선다. 별도 교육장을 만들어 매주 외부특강과 스터디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직원 만족도가 높다보니 이직률도 제로에 가깝다.

최은모 사장은 “남들이 손쉽게 할 수 있는 분야는 경쟁이 치열할 뿐만 아니라 회사 성장동력 확보에도 한계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사업 초기부터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전력투구했고 이차전지 등 끊임없이 R&D에 투자하면서 경쟁력 확보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