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자동차, 이제 SW의 시대" 獨 콘티넨탈이 보는 미래

차량 전방에 탑재된 레이더 센서가 보행자를 인식해 충돌을 방지하는 콘티넨탈의 EBA 시스템. 기존 비상 제동 시스템과 달리 레이더 센서만으로 보행자를 인식할 수 있느 것이 특징이다. 노트북 화면은 인식된 보행자를 시각화한 모습.
차량 전방에 탑재된 레이더 센서가 보행자를 인식해 충돌을 방지하는 콘티넨탈의 EBA 시스템. 기존 비상 제동 시스템과 달리 레이더 센서만으로 보행자를 인식할 수 있느 것이 특징이다. 노트북 화면은 인식된 보행자를 시각화한 모습.

#시속 60㎞로 달리는 차량 앞으로 어린이 인형(더미)이 진입하자 레이더 센서가 움직임을 감지한다. 보행자처럼 두 발이 움직이는 인형은 차량 안에 탑재된 노트북 화면에 녹색 사각형으로 표시됐다. 보행자를 감지한 차량은 운전자가 속도를 낮추지 않자,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작동시킨다. 상황 인식과 판단 및 실행(긴급 제동)에 걸린 시간은 1초가 되지 않았다. 이 긴박한 순간에 차량은 레이더 센서를 통해 입수한 정보를 토대로 보행자 충돌 사고를 자동으로 방지했다. 콘티넨탈 ‘비상 브레이크 어시스트(EBA)’ 시스템은 센서와 소프트웨어(SW)를 바탕으로 운전자와 보행자 안전을 향상시키는 자동차 기술의 미래를 확인시켰다.

지난 12일(현지시각) 글로벌 부품업체 콘티넨탈 본사가 위치한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콘티넨탈 테크쇼 2015’는 자동차 효율 향상과 안전 기술 혁신이 SW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타이어부터 전장 부품에 이르기까지 콘티넨탈이 선행 개발하고 있는 각종 신기술을 테스트하는 ‘콘티드롬’은 33대 차량에 탑재된 38개 혁신 기술을 체험하기에 손색없었다. 2013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올해 콘티넨탈 테크쇼에서 가장 돋보인 것은 지능형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기술 진화였다.

기존에 레이더와 영상 센서를 함께 사용하는 시스템에서 진화해 레이더 센서만으로 비상 제동을 가능하게 하는 등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내년부터 유로 NCAP이 비상 제동 평가를 강화할 예정인 가운데 시스템 신뢰성을 높이고 가격은 낮출 수 있는 기술 혁신이 과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콘티넨탈은 그 해법을 SW에서 찾는다. 이 회사 4세대 레이더 센서 ‘ARS410’은 최대 170m까지 스캔 가능한 77GHz 센서로 카메라 센서 없이 비상 제동이 가능하다. 부품 수를 줄여 시스템 단가를 낮추고 차량 경량화까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콘티넨탈 관계자는 “레이더 및 카메라 센서는 자동차 부품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영역”이라며 “센서 정확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것은 SW 기술 혁신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고정밀 지도 정보와 주행 경로 등을 이용해 최적 연비 주행을 돕는 ‘e호라이즌(eHorizon)’도 차량에 탑재된 SW가 가속과 감속을 능동적으로 제어한다. 48V 에코 드라이브 시스템과 결합하면 20% 이상 연료를 절감할 수 있다.

증강현실을 접목해 전면 유리창에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콘티넨탈의 `AR-HUD` 시스템.
증강현실을 접목해 전면 유리창에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콘티넨탈의 `AR-HUD` 시스템.

주행 속도와 경로 안내 등 간단한 정보만 표시하는 헤드업디스플레이(HUD)에 증강현실(AR)을 접목해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AR-HUD’도 돋보였다. AR-HUD는 경로 안내,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ACC), 차선이탈경보(LDWS) 등의 정보를 더욱 효과적으로 제공한다. 연비 개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타이어 패턴 개발도 SW 시뮬레이션이 핵심이다.

엘마 데겐하트 콘티넨탈 회장은 “내연기관 연료 효율성 향상과 자율주행 시스템을 위한 안전 기술에 이르기까지 최근 자동차 기술 혁신의 원천은 SW에 있다”며 “차량용 SW 업체 일렉트로비트 인수를 마무리하는 오늘(12일)이 콘티넨탈에 굉장히 중요한 날이기도 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콘티넨탈은 전기동력차(EV/HEV)와 내연기관 핵심 부품 성능 개선에도 주력한다. 기존 소재보다 최대 50% 가벼운 폴리아미드 소재 상용화와 이종 시스템 간 통합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하노버(독일)=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