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비핵심 자산 매각 속도…북미 E&P 강화 수순인듯

SK이노베이션이 정철길 사장 취임 후 ‘비핵심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초 포항물류센터 부지 매각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 자산을 정리해 지금까지 최소 3000억원 자금을 확보했다. 정유·전기차 배터리 사업 등 핵심 사업 투자가 지속되고 있어 포트폴리오 재구성 작업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정철길 사장, 자산 매각 ‘드라이브’

SK이노베이션은 정철길 사장이 부임한 올초부터 자산 매각에 속도를 냈다. 지난해 SK종합화학 자회사 SK유화 지분을 전량 SK케미칼에 매각한 데 이어 올초 포항물류센터 부지를 40억원에 매각했다. 같은 시기 일본 타이요오일 지분도 92억원에 팔았다.

현재 SK인천석유화학 유휴부지(최소 입찰금액 200억원)와 인천물류센터 부지(최소입찰금액 208억원) 매각을 추진 중이다. TgP 참여 지분 11.19% 전량을 약 2800억원에 스페인 에너지 전문기업 에나가스와 페루 소재 투자전문기업 CFI 캐나다 자회사인 하바네라에 매각했다. TgP는 페루 유개발광구인 56, 88 광구에서 생산한 천연가스와 천연가스액(NGL)을 각각 리마와 서부 해안 피스코 소재 정유공장까지 공급하는 파이프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SK이노베이션 TgP 보유 지분 순자산가치·장부가치는 529억원으로 대규모 차익도 실현했다.

올해 들어 공개한 자산 매각으로만 3000억원이 넘는 실탄을 확보한 데 이어 윤활유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 IPO지분 매각까지 검토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로부터 SK루브리컨츠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일부를 매수하겠다는 의사를 받았고 기업공개(IPO)작업과 병행해 경제성을 판단했다. 최종 매각은 결렬됐지만 알짜 자산도 언제든지 매각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매각이 성사되지 않고 IPO를 추진해도 1조원 이상 ‘상장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매각 속도 왜?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는 것은 비핵심자산 매각으로 주력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정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비핵심자산을 매각해 주력 사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재투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줄곧 강조해온 ‘본원 경쟁력 강화’와도 궤를 같이 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국제유가 급락과 정제마진 악화 등으로 인해 224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37년 만에 적자를 냈다. 정 사장은 매출 비중이 60~70%에 달하는 석유·화학사업이 유가 등 손쓸 수 없는 외부 요인에 따른 변동성이 크다고 봤다. 정유, 석유화학 사업 고부가가치화와 안정적 이익을 보장하는 자원개발(E&P)사업 확대로 연결되는 판단이다.

당장 투자가 가시권에 들어온 분야는 E&P사업이다. 미국 오클라호마, 텍사스 소재 셰일광구를 인근 지역으로 확장하는 등 북미 기반 자원 개발 전문회사로 발돋움하는 데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다. E&P사업부는 2년 전부터 북미 이전을 적극 검토해 왔다. 오퍼레이션 담당 인력은 이미 상당부분 미국 휴스턴에 나가 있다. 저유가 기조로 E&P 시장에서 저평가된 매물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높아 대규모 투자가 곧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하다. 지난해 8조원에 달한 순차입금을 올해 6조원 이하로 줄인다는 계획도 진행중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밖에 알려진 것 외에도 소규모 자산 매각이 빠르게 진행 중”이라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및 재무구조 재선이 빠르게 진행되고 이에 필요한 자금 마련 차원에서 비핵심 자산 매각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