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이 7월 초 정기인사에 맞춰 기존 리스크관리단을 리스크본부로 승격한다. 지난해 말 모뉴엘 사태에 이은 경남기업 여신 규모 최다 기록 등 잇따른 수출입은행의 리스크관리 실패가 도마에 오르면서 던진 결단으로 해석된다.
수출입은행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이어 올해까지 모뉴엘, 경남기업 사태를 겪으면서 수은 내부적으로 짧은 기간 내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하반기부터 리스크관리본부가 탄생하는 것과 함께 직원의 윤리교육 강화 등 다방면의 개선이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은은 지난 2011년 모뉴엘을 우수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인 히든챔피언 육성기업으로 선정한 후 약 1135억원의 신용대출을 집행했다. 이후 모뉴엘은 사기 대출 등으로 결국 파산선고를 받았다. 수은은 경남기업에 가장 많은 대출을 집행한 국책은행이기도 하다. 경남기업에 수혈한 대출과 이행보증액을 모두 포함하면 약 5209억원이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1년부터 수은에 보증, 대출받은 기업 중 현재까지 법정관리에 들어간 곳은 102개다. 수은이 이들 기업에 대준 대출과 보증잔액은 약 1조2993억원이다.
수출입은행이 리스크관리단을 본부로 승격하고 내외부적으로 정화노력을 보이는 이유다.
수출입은행에는 현재 경영기획본부, 재무관리본부, 건설플랜트금융본부, 기업금융본부, 중소중견금융본부, 해양금융본부, 경협총괄본부, 경협사업본부, 남북협력본부 9개 본부가 있다. 리스크관리는 지난해 6월말 정기인사 때 새로 생긴 리스트관리단에서 총괄했다.
리스크관리단이 생긴 지 약 1년만에 리스크본부로 조직이 승격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기업 여신심사 등을 관리하는 리스크관리를 본부 차원에서 담당한 것도 수은에선 처음 있는 일이다.
수은 측은 리스크관리의 본부 승격에 대해 수은의 여신 규모 확대와 경기 불확실성을 대비하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수은 관계자는 “올해 수출입은행의 여신규모가 80조원에 이르는 최다 수준”이라며 “여신규모가 확대된 것 뿐 아니라 엔저, 환율 전쟁 등 수출입과 관련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리스크관리가 더욱 중요해진 상황에 따른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어 “리스크관리본부와 관련해서는 아직 확실하게 결정된 사안이 아닌 만큼 추후 이해관계자의 논의 사항을 지켜봐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산하의 수출입은행은 기재부를 비롯한 내부 논의를 거쳐 향후 리스크관리본부 승격에 대한 뚜렷한 결과물을 내놓을 계획이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