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기로에 선 `알루미나` 생산업계, 원천기술 해외 유출 우려 커져

사파이어 잉곳·웨이퍼 원소재인 고순도 알루미나 생산업계가 존폐 기로에 놓였다.

발광다이오드(LED) 산업 늦은 개화로 인해 사파이어 잉곳 수요가 늘지 않는데다 중국업체 공세로 가격이 폭락하면서 수익 악화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사업을 시작한 지 불과 3~4년 만이다. 업황이 하락세를 거듭하자 대부분 사업정리 수순을 밟거나 계획했던 신규 투자를 ‘올 스톱’하고 있다. 어렵게 확보한 고순도 알루미나 원천 기술을 해외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낸 포스하이알이 최근 현장 검증을 끝내고 회생절차 개시 여부에 대한 법원 최종 결정만을 남겨 놓고 있다. 이르면 이번 주 내에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포스하이알 고위 관계자는 “포스코가 알루미나 소재 사업을 추진할 의지가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상황이라 추가 투자가 이뤄지긴 어렵고 앞으로 회생을 위한 법정관리보다는 청산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어렵게 국산화한 기술이 휴지조각이 돼 버리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포스하이알은 전량 외산에 의존해 온 고순도 알루미나 소재 국산화를 주도했다. 지난 2013년 1500억원을 투자해 연간 2000톤 규모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을 준공했다. 신규 공장에서 대량 생산도 해보지 못한 채 청산 기로에 섰다.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낸 포스하이알이 최근 현장 검증을 끝내고 회생절차 개시 여부에 대한 법원 최종 결정만을 남겨 놓고 있다. 이르면 이번 주 내에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낸 포스하이알이 최근 현장 검증을 끝내고 회생절차 개시 여부에 대한 법원 최종 결정만을 남겨 놓고 있다. 이르면 이번 주 내에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고객사 샘플 테스트에만 수개월이 걸리는 상황에서 양산 1년 만에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업을 정리하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애초부터 소재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태에서 단기성과에만 집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포스하이알은 지난해 매출 14억4400만원, 영업손실 67억5600만원을 기록했다.

포스하이알보다 1년여 정도 앞서 사업을 시작한 에이치엠알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존 300톤 규모 생산 능력을 두 배가량 증설하는 것을 계획했지만 2년 넘게 진척이 없다. 기존 생산 시설 가동률도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LED 시황이 좋지 않고 단가도 계속해서 내려가고 있는 상황이라 기존 고객 수요만을 유지하고 있는 정도”라며 “중국업체 진출로 시장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아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고순도 알루미나는 사파이어 잉곳·웨이퍼의 품질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글로벌 LED 업체가 고순도 알루미나를 조달받기 위해 글로벌 소재 업체와 협력전선 구축에 애를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가 기존 제조 방식과 차별화해 제조 원가를 줄이면서도 고순도·고밀도 품질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공정 기술을 확보했다”며 “중국 업체가 호시탐탐 국내 기술을 노리고 있는 만큼 관련 원천 기술을 빼앗길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