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DARPA 주관 로봇경진대회 우승…오준호 KAIST 교수

“우리나라는 이족보행로봇(휴머노이드) 연구체계가 없습니다. 로봇 안정화 연구나 지능형 로봇 연구과제만 있습니다.”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개최한 재난 로봇 경진대회 ‘DARPA 로봇공학 챌린지(DRC)’에서 휴보를 내세워 우승하고 귀국한 오준호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기초연구인데도 산업부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준호 KAIST 교수가 16일 휴보랩을 공개했다. 휴보가 벽돌을 깔아놓은 울퉁불퉁한 길을 넘어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걸어가고있다.
오준호 KAIST 교수가 16일 휴보랩을 공개했다. 휴보가 벽돌을 깔아놓은 울퉁불퉁한 길을 넘어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걸어가고있다.

“산업부에서 과제를 받으며 상업화하겠다는 말을 한 적 있습니다. 사실 기초연구인데 돈벌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창업해서 돈 번 건 이족보행로봇 중 휴보가 유일하지 않냐고 대꾸했습니다.”

미래부 예산 대신 상용화를 요구하는 산업부 예산을 받은 탓이다.

이 우승 덕분에 대회에 나갔던 KAIST팀 인기는 관련 업계서 상종가다.

“미국 카네기멜론대 인근에서 지능형 자동차를 개발 중인 우버테크놀러지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습니다. 조건을 얘기하긴 어렵지만 이외에도 몇 곳에서 관심을 드러냈습니다.”

휴보는 미션이 끝났기 때문에 당장 향후 계획은 없다. 미항공우주국(NASA)가 진행하는 스페이스로봇 익스챌린지 대회가 있어 나갈지는 현재 고민 중이다.

“매년 평균 5억원을 받아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지난 2011년 실험실 창업 때 기술이전료 30%를 현금으로 내게 돼 있는데, 3억5000만원을 냈습니다. 창업을 해서 생긴 수익으로 연구비를 충당하며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더 이상 지원받은 건 없습니다.”

오 교수는 “휴보가 이번 대회에서 1등 했다고 세계 최고 로봇이라고 말할 수 없다”며 “기술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 유럽과 당당히 겨룰 수 있는 플랫폼을 가졌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점수 따기 위해 특화해 로봇을 만든 것 아니냐는 일부 지적에 대해 “실질적인 질은 비교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지난 2013년 실패 경험을 살려 집중 대비한 것이 시스템 안정성인데, 그게 적중했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