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석 포스텍 교수 “제대혈이 태아에 환경호르몬 전달”

중금속이나 환경호르몬을 태아에게 전달하는 주범이 태반과 탯줄에 있는 혈액 ‘제대혈’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장윤석 포스텍(POSTECH) 환경공학부 교수는 경북대병원과 공동으로 산모와 태아의 독성 환경오염물질 노출 과정과 체내 분포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장윤석 포스텍 교수 “제대혈이 태아에 환경호르몬 전달”

임산부 체내에 쌓인 환경호르몬은 태아에 그대로 전달된다. 태아에게 환경호르몬이 전달되면 태아 지능 발달 저하나 자폐증, 심장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연구팀은 환경호르몬에 속하는 여러 잔류성 유기오염물질과 중금속을 동시에 분석, 오염물질 분포차이를 밝히는 동시에 오염물질이 태반을 통과해 태아에게 전해지는 과정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에서 치명적 독성을 지닌 브롬화다이옥신과 다염화나프탈렌이 처음으로 제대혈에서 검출됐다. 연구팀은 산모와 태아로부터 채취한 혈액과 태반조직, 산모의 소변에서 납, 카드뮴, 수은과 같은 중금속류와 염화다이옥신, 브롬화다이옥신 등 다이옥신 유사물질 등 오염물질을 동시에 분석했다.

그 결과 모든 오염물질은 산모 혈액에서 태반을 통해 이동, 제대혈에서 검출됐다. 오염물질은 태반이 가진 장벽효과로 인해 태아에게 노출되는 양이 줄어들지만 수은과 브롬화다이페닐에테르는 산모 혈액보다 제대혈에서 오히려 농도가 더 짙게 나타났다.

특히 혈액속 극미량만 검출되는 다이옥신과 비슷한 물질인 브롬화다이옥신과 다염화나프탈렌도 태반을 통해 제대혈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다양한 오염물질이 산모와 태아에 분포돼 있는 차이를 밝혀냄으로써 오염물질이 태반 내에서 이동하는 메커니즘 연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구팀은 앞으로 태아의 중금속이나 환경호르몬 노출을 줄일 수 있도록 오염물질과 세포의 상호작용에 대한 후속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연구결과는 최근 미국화학회가 발행하는 환경과학 분야 권위지 ‘환경과학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지에 소개됐다.

장윤석 교수는 “산모에게 축적된 환경오염물질이 태아에게 그대로 전달된다는 것은 환경호르몬이나 중금속에 노출되면 다음 세대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환경부 생활공감 환경보건기술개발사업과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으로 수행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