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이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을 두고 산업계와 시민단체가 팽팽히 맞섰다. 산업계는 정부가 제시한 4개 감축목표 시나리오 중 가장 가벼운 1안도 ‘버겁다’며 현실적 선택을 촉구했고, 시민단체는 배출전망치(BAU)를 기준으로 설정한 감축목표안을 감축 절대량 기준으로 새로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18일 국회기후변화포럼이 주최하고 ‘국가 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 시나리오,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산업계와 시민단체는 상반된 의견을 피력했다.
민관합동검토반 경제단체 추천 전문가로 입장 발표에 나선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정부가 2030년 BAU를 너무 낮게 잡았다”며 “추세대로라면 2030년 BAU가 9억7000만톤에 이를 전망인데 정부는 1억톤 이상 적은 8억5000만톤으로 잡았다”고 지적했다.
배출권거래제에서 BAU가 재산권에 해당하는 배출권 할당 한도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를 정상화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 본부장은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와 에너지효율 향상 노력 등을 이미 수행하는 산업계에는 가장 가볍다는 1안의 14.7% 감축목표도 과도한 수준”이라며 “이보다 낮은 감축목표안을 새로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1안보다 강도가 높은 2안은 비용효과적인 감축목표가 아니고, 3안은 원자력발전 확대를 담고 있어 국민수용성이 없다고 유 본부장은 짚었다. 가장 강한 4안에 대해서는 원전 대폭 확대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의식과 막대한 비용을 감안하면 “고려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유 본부장은 “우리나라가 지난 2009년 자발적으로 발표한 감축목표에서 후퇴하는 것은 의무감축국인 선진국에 해당하는 ‘기존공약 후퇴방지 원칙’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여건과 산업경쟁력을 감안해 과소산정된 BAU와 비현실적인 감축목표를 재검토하고, 2030년 감축목표와 연계해 현재 시행 중인 배출권거래제 배출권을 재할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시민단체 추천 전문가로 나선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정부 네가지 시나리오에서 모두 기존에 발표한 2020년 중기 온실가스 배출목표치를 초과한다”며 “이번 정부안은 온실가스 감축의지가 전혀 실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INDC 제출시한을 늦추더라도 녹색성장기본법 등 준수와 사회적 공론화를 통한 산업계 이외 다양한 이해당사자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며 “BAU 산정방식을 버리고 절대량 감축방식을 채택해 배출량 재산정 요구를 근본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1일 신기후체제(포스트2020) 마련을 위한 국가 감축목표와 이행방안을 담은 ‘자발적 기여방안(INDC)’ 마련 일환으로 네가지 감축목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1안은 2012년을 기준으로 2030년 BAU 대비 14.7%, 2안은 19.2%, 3안은 25.7%, 4안은 31.3% 각각 감축하는 내용이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