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광물자원공사 비상임이사로 재직하던 지난해 6월, 멕시코 볼레오 구리 광산에 다녀온 적이 있다. 볼레오는 자원외교 국정조사에서 대표적 실패사례로 질타 받은 해외자원개발 사업이다.
볼레오 광산 역사는 18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업체가 처음 광산개발을 시작한 이후 멕시코와 캐나다업체까지 이미 채광을 했던 광산인데다, 지반이 연약해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제대로 채광을 해낼 수 있을지 하는 걱정과 부담을 안고 현장에 갔다.
그러나 다행히 현장에서 희망을 봤다. 그 희망은 사업성이 좋다 나쁘다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 희망은 임직원 눈빛에서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강한 투지와 자신감을 발견했던 것이다.
볼레오는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광산(상류)과 제련 플랜트(하류)를 복합 개발하는 첫 사례다. 부족한 경험과 인적자원, 더구나 사업을 주관하던 캐나다업체 경영난으로 중단된 프로젝트를 다시 일으켜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직원들은 ‘해보겠다. 할 수 있다’는 의지로 똘똘 뭉쳐 있었다. 체감온도 50도의 오지에서 이들 눈빛은 마치 먹이를 눈앞에 둔 사자 같았다.
공사 사장도 사업을 정상화하기 위해 해결사로 나섰다. 직접 각 분야의 전문가를 찾아 영입하고, 매월 현장으로 날아가 정상화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한솥밥을 먹으며 보니 너무나 어려운 여건에 놓인 사업을 경영진과 전 직원이 혼연일체가 돼 풀어나갔다. 지난해 9월엔 허리케인으로 현장을 점검하러 나선 최고 책임자 두 명이 희생되는 가슴 아픈 일까지 겪었다.
각고의 고생 끝에 볼레오는 지난해 12월 건설을 마치고 올 1월부터 전기동 생산을 시작했고, 현재는 램프업(Ramp-up) 단계로 생산량을 서서히 끌어올리고 있다고 들었다. 올해 안에 상업생산도 가능할 듯하다. 성공이냐 실패냐를 단정하긴 이르지만, 최악의 상황을 희망적 상황으로 극복해가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사실 우리 기업의 자원개발 현실은 쉽지 않다. 세계적으로 알짜 유망 광산은 메이저들이 차지한 지 오래다. 후발주자에게 남겨진 건 개발여건이 좋지 않은 광산일 수밖에 없다.
‘자원 고갈’은 자원이 바닥난다는 의미가 아니다. 개발하기 쉽고 경제성이 좋은 자원이 계속 사라진다는 의미다. 이를 극복할 유일한 방법은 기술에 있다. 천대받던 셰일가스와 샌드오일이 주목받게 된 것도 기술 덕택에 채굴 비용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광물공사는 볼레오의 위기를 기술력을 확보하고 자원개발 전문기업으로 변모할 기회로 삼았다.
우리 스스로 자원개발과 관련한 기술을 하나씩 확보에 나간다면 언젠가 광산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 한계를 넘지 못하면 우리 기업은 영영 세계 자원 시장에 발을 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 근간은 제조업이다. 원재료인 자원을 수입·가공해 제품을 만들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국내 부존자원이 빈약하다 보니 광물소비는 세계 4~7위, 수입의존도는 2013년을 기준으로 95%에 달한다. 제철·제련 분야도 세계적 수준이지만, 모든 산업 원재료가 되는 자원개발에 있어서 만큼은 전문기업이 전무하다.
정부가 공기업이 해외자원 개발에 진출하도록 장려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공기업이 정부와 기업 중간에서 투자를 선도하고 리스크를 줄이는 역할을 맡게 한 것이다.
다만, 해외자원 개발은 자칫 잘못하면 국가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오기 때문에 투자는 어떤 경우에도 졸속으로 처리되거나, 결정권자 혹은 어느 누구의 사심도 개입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 감독하는 시스템이 작동되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다.
통일은 대박이라고 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북한의 풍부한 자원에 있다. 그러나 대박 기회를 얻기 위해선 자원을 탐사하고 개발할 인재와 산업 인프라가 준비돼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자원산업이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칫 통일은 남의 잔치가 될 공산이 크다. 어렵다고 포기하면 얻어지는 것이 없다. 국가 안보와 미래를 위해 필요한 일에는 적절한 지원과 박수를 보내줬으면 한다.
김종배 前 한국광물자원공사 비상임이사 jbkimseoul@empa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