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까지 우리나라는 일본 문화콘텐츠를 ‘받아들이는’ 데 익숙했다. 일본 음악, 패션,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이 범람했고 마니아층이 생겨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당시만 해도 일본에 한국 문화를 수출한다는 것은 너무 먼 얘기로 느껴졌다.
2000년대 들어 분위기는 크게 바뀌었다. 2003년 일본 NHK가 드라마 ‘겨울연가’를 방영해 선풍적 인기를 끌며 한류가 본격화했다. 우리 드라마가 재평가를 받으며 일본 수출이 확산됐고 우리말을 배우는 일본인도 크게 늘었다.
한류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K팝 열풍으로 우리 가수가 일본과 세계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일본 최고 권위 연말 가요축제인 홍백가합전에 출연하며 높아진 위상을 실감케 했다. 동방신기(2008~2009년), 보아(2002~2007년)가 2001년부터 2009년까지 9년 연속 홍백가합전에서 무대를 선보였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00년대 일본에서 한류 붐이 확산되며 대일 문화콘텐츠 수출이 2007년 4억9000만달러에서 2013년 14억6000억달러로 연평균 20.0% 증가했다. 우리나라 전체 문화콘텐츠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27.4%에서 2013년 30.6%로 3.2%포인트(P) 상승했다.
하지만 급속한 한류 확산에 대한 반감, 정치적 문제로 인한 양국 관계 악화에 문화 교류는 수년째 주춤한 모습이다. 2011년 55.2%까지 올랐던 대일 문화콘텐츠 수출 증가율은 2012년과 2013년 모두 8%에 머물렀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한국 가수는 홍백가합전에 출연하지 못했다. 국내에 수입되는 일본 문화콘텐츠 역시 눈에 띄게 줄었다.
꽉 막힌 양국 문화교류를 활성화하는 방안으로는 원만한 정치 문제 해결과 새로운 한류 추진이 꼽힌다. 특히 일방적 문화콘텐츠 수출이 아닌 양국 상생을 위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최근 한류기획단을 발족하고 새로운 한류의 시작을 알렸다. 핵심은 융합과 소통이다. 대상 지역, 장르, 세대를 확대해 문화 전반에 걸쳐 한류를 확산한다. ‘소통하는 한류’가 혐한류 등 한계를 극복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 문화를 한방향으로 보냈던 기존 방식을 벗어나 양방향으로 소통하는 게 새로운 한류 핵심”이라며 “혐한류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