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스마트그리드 원격검침인프라(AMI) 구축사업에 유럽형 통신 방식 채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2020년까지 1조7000억원이 투입되는 국가사업 대상 지역 25%에 해당한다. 한국형 전력선통신(PLC) 성능 저하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사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21일 전자신문이 입수한 한국전력 AMI 지중(地中) 구간 통신 테스트 결과(6월 12일 기준), 한국형 PLC와 같은 고속 ‘HPGP(HomePlug Green Phy) PLC’가 합격 수준 성능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G3-PLC’와 ‘프라임(PRIME)’은 요구 수준에 미달해 채택이 어렵게 됐다.
한전은 이번 테스트 결과에 따라 지중 뿐 아니라 농어촌·산간 지역에는 지그비를, 도서지역에는 LTE를 쓰게 된다.
한전 AMI 구축사업 10년 만에 해외 통신방식을 검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형 PLC만 고집했던 AMI 구축 물량 중 25%(약 450만 가구)에 외국 통신방식이 첫 입성할지 주목된다. 테스트는 한전 전국 7개 사업소(안산·청주·당진·전주·영암·대구·부산)가 총 2만여 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한전은 KS규격 AMI 구성장비인 데이터집합장치(DCU)와 검침용 모뎀과 상호운영성을 확보한 후 이르면 올해 AMI 구축 물량부터 일부 반영할 계획이다.
이번 결과로 우리나라 AMI분야 중소기업 해외시장 경쟁력도 높아질 전망이다. 해당 칩은 외산이지만, 통신 성능은 칩 고유 성능뿐 아니라 설계나 애플케이션 단 소프트웨어 기술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AMI 분야에 HPGP가 적용되는 건 세계 처음으로 지그비와 LTE 역시 적용 사례가 드물다. 다양한 솔루션 경험이 해외 국가 AMI사업 참여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HPGP는 한국형 PLC와 함께 고속 PLC칩으로 분류된다. 원격검침 분야에 적용은 우리나라가 처음이지만 유럽 가정용 네트워크 통신에 주로 활용돼 이미 범용성을 확보한 상태다.
지그비와 LTE도 첫 도입된다. 인입선 길이가 먼 농어촌·산간 가공 구간에 지그비가 투입된다. LTE는 가정별 계량기 마다 전용 모뎀이 장착됨에 따라 경제성을 고려해 일부 도서지역 위주로 활용될 방침이다.
한전 관계자는 “5개 통신방식 중 일부는 테스트 기간이 7월 초까지 진행하기 때문에 최종 결정은 아니지만 현재까지 HPGP가 유리한 건 사실”이라며 “테스트를 종료한 후 DCU, 모뎀 등과 상호운영성을 확보해 이르면 올해 보급물량부터 일부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형 PLC와 같은 주파수대역을 사용하기 때문에 통신 간섭 같은 추가 검증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전은 오는 2020년까지 전국 2194만 가구에 AMI를 구축하기로 하고 매년 50만~200만호 사업을 계획했지만 한국형PLC 상호운용성 미흡과 성능저하 논란, 특정 업체와 특허권 분쟁 등으로 사업진행이 더딘 상태다.
【표】한국전력 AMI 지중분야 통신 테스트 중간 결과(기간 : 2014년 4월~6월)
자료:한국전력
【표】원격검침인프라(AMI)용 한전 PLC와 HPGP 통신방식 비교
자료:업계 취합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