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SMART) 원자로를 개발하고 수출 길을 열기까지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향후 소형 원자로 시장 볼륨이 180기 정도 됩니다. 욕심낼 만하죠.”
김긍구 한국원자력연구원 소형원자로개발단 SMART개발부장은 원자력 분야에서만 34년을 몸담아온 원자로 베테랑이다. 김 부장은 지난 3월 차세대 소형 일체형 원자로 SMART를 사우디 아라비아에 첫 수출해 큰 관심을 끌었다.
지난 1997년부터 현재까지 SMART 개발 및 상용화에만 매달려 왔다.
김 부장은 늘 ‘아이폰’이 변화를 이끌었다고 강조한다. 2007년 아이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 스마트폰 시장은 이 세상에 거의 존재하지 않았지만, 5년 뒤 휴대폰 시장 판도를 바꿨다는 것. 원전 시장도 마찬가지로 소형이 시장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SMART는 대형 상용원전 규모 대비 10분의 1 크기다. 배관 없이 원자로 시스템 주요기기를 하나의 용기 안에 배치해 배관파손에 의한 사고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 전력생산 외에 해수담수화, 지역난방, 산업용 열 공급까지 가능하다. 건설기간은 3년, 건설비용도 1조원 내외여서 다른 에너지원 대비 경제성을 확보했다.
“SMART는 현재까지 3447억원, 연인원 약 1700명이 투입된 대형 국가 프로젝트입니다. 수출 대박도 18년 간 한 연구에만 몰두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과학기술자도 장인처럼 한 분야에 오래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김 부장의 SMART 자랑은 여기서 멈추질 않았다. 원자력 종주국 미국보다 앞서 세계에서 가장 먼저 중소형 일체형 원전 인·허가를 받았다. 미국은 중소형 원전 인·허가를 3~4년 뒤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100% 국내기술로 독자 개발해 미국 등 눈치를 보지 않고 수출할 수 있는 것도 SMART 만의 장점이다.
김 부장은 대학 때부터 원자로에 빠진 사람이다. 서울대에서 원자핵공학으로 학·석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는 미국 MIT에서 핵공학 전공으로 받았다.
1981년 한국원자력연구원 입소 이후 월성원자로 핵연료 국산화 사업에 처음 투입됐다. 1985년부터 국내 유일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를 설계하고 건설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월성 원자로 때와 마찬가지로 하나로 노심 동적 해석에서 뛰어난 성과를 냈다.
원자력 분야 후배에게 조언 한마디를 내놨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SMART에 매력을 느껴 우리나라와 라피크(사막을 함께 건너는 동반자)가 돼 소형원전 시장을 함께 개척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우리는 SMART 1, 2호기를 성공리에 건설하고 소형원전 시장에서 주역으로 나서야 할 것입니다.”
김 부장은 “처음 시장을 개척했어도 후속 연구개발이 이어지지 않으면 그 과실은 다른 사람 것이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SMART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소형원전 시장지배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