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명실공히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 6대 원자력 수출국 대열에 들어서 있다.
UAE에 원자력발전소 4기, 요르단에 연구용 원자로를 수출했다. 한국형 모델인 중소형 스마트 원자로 수출 전망도 매우 밝다.
반면 방사선 안전관리 및 환경방사능 모니터링 등에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방사선기기는 9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기형적 구조다.
지난 2011년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세계 각국은 환경 및 수출입 상품 방사성 오염에 대한 우려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방사선기기 수요가 급증했다. 일시적으로 방사선기기 품귀현상까지 나타났다.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농수산물을 대상으로 법이 정한 방사능 허용 값 이상 방사성 오염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검사를 수행했으나 어려움을 겪었다. 환경준위 방사능을 측정할 수 있는 낮은 농도 방사능 측정기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방사선기기는 의료, 산업, 국방, 환경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 분야는 소량 다품종 기술 집약형 산업이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매우 큰 분야다.
의료 방사선 분야에서는 양전자 컴퓨터 단층촬영(PET/CT)이 질병진단을 위해 많이 쓰인다. 환경 분야는 수입 농수산물 방사성 오염측정 등에 쓰인다.
산업분야는 항만, 공항에서 방사선 모니터링, 수출입 컨테이너 검사, 선박 등 비파괴 검사, 원자력발전소 방사선 안전관리, 주변 환경방사능 측정 등에 방사선기기가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세계 방사선기기 시장 규모는 500억달러 이상이다. 시장도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최근 정부는 방사선기기 분야 중요성을 인식해 연구비를 지원했다. 출연연구기관을 중심으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13년 창조경제에 적합한 분야로 방사선기기 산업을 꼽고, 육성계획을 발표했다. 방사선기기 개발을 위한 로드맵도 제시했다.
그 동안 이 분야 연구는 원자력 중장기 사업 등을 통해 출연연구기관을 중심으로 간헐적으로 수행되어 왔으나 실용화까지 지속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아 기반기술 노하우를 제대로 축적하지 못했다.
더욱이 국내 방사선기기 산업이 영세해 현실적으로 산업체 기술이전과 산업경쟁력 강화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현재 방사선기기 핵심기술이라 할 수 있는 방사선 검출용 반도체 검출센서, 전자선가속기 개발, 의료영상 센서 개발 등이 대학 및 출연연구기관을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다. 방사선기기 성능평가 기술은 개발 초기단계에 와 있다.
핵심기술 개발로부터 관련 산업에 기술이 이전될 경우 방사선기기 산업은 도약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방사선 기기 산업 활성화 및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사항이 고려돼야 한다.
첫째 방사선기기 산업체가 전반적으로 영세하기 때문에 기술개발을 위한 지원책이 우선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에는 기술지원·이전을 위한 환경조성이 선결돼야 한다. 또 개발된 방사선기기 성능인증을 위한 시설지원과 제도적 지원이 따라야 할 것이다.
둘째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기술에는 첨단기술과 함께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간기술이 있다. 이는 방사선기기 산업 후발주자로서 틈새시장을 파고 들어갈 수 있는 기술이 될 수 있다. 이를 육성해야 한다. 기술 개발 기간이 짧고, 기술이전을 통한 상용화가 쉽다.
셋째 산업분야 전문기술인력 확보도 현안이다. 방사선기기 산업 기술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학 등과 연계를 통한 전문 기술인력 양성이 필수다. 또 단기간에 기술지원과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관련분야 고경력 또는 은퇴 과학기술인력 활용도 좋은 대안이다.
이 같은 조건이 충족될 때 우리나라 방사선기기 산업은 한 단계 도약과 함께 진정한 세계 6대 원자력 수출국 위상을 갖게 될 것이다.
박태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방사선표준센터 전문연구원 tspark@kriss.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