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선호하는 인기상품에는 남다른 특징이 있다.
제품 디자인이 좋아야 하고 기능도 경쟁 제품보다 다양해야 한다. 좋은 기업·상품 이미지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각 시기별 인기를 끄는 키워드가 무엇인지도 잘 살펴야 한다.
그래도 인기상품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상품의 질이다.
상품의 품질도 개발자, 제조자 중심이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좋은 기능을 갖췄어도 이용자가 필요없다고 느끼거나, 작동법이 복잡하다는 생각을 주게 되면 진정한 히트상품 반열에 오를 수 없다. 고객 눈높이와 기대에 맞는, 특히 시대 트렌드에 맞는 제품만이 성공할 수 있다.
주변에서 ‘좋은 기능을 갖췄지만 소비자들이 외면한다’는 푸념하는 기업가를 가끔 만나게 된다. 대부분 자기 몰입에만 빠져 시장과 소비자의 기대와 눈높이를 잘 못 읽은 경우다. 기술과시형 제품보다는 소비자가 원하는 기능을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전자신문이 선정한 ‘2015 상반기 인기상품’에서는 해당 분야 최고 품질로 무장한 상품이 대거 뽑혔다. 좋은 기능에다 소비자 눈높이를 읽어낸 상품이다. 여기에 전문가와 분야별 전문기자 추천을 통해 상품을 선정, 소비자 구매에 도움이 되고자 했다.
융·복합 시대다. 주목받는 상품은 다양한 기능을 흡수해 하나의 기기가 여러 기능을 담당한다. 똑똑한 스마트폰은 디지털카메라·보이스레코더·전자사전·전자수첩·내비게이션 역할을 혼자 한다. 그냥 그런 기능 상품은 더 이상 시장에서 주목받을 수 없다.
상품만이 아니다. 서비스 질도 점점 진화하고 있다. 유선통신 서비스와 무선통신 서비스는 더 이상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여기에 통신과 방송의 융합도 가속화되고 있다. 서비스 제공자는 여러 서비스를 잘 융합한 결합상품과 최적화된 서비스 질로 승부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전문가는 “융·복합 추세는 앞으로도 가속화될 것이며 이런 융합 시대에는 다수의 보통 상품보다 똑똑한 하나의 상품이 각광받게 마련”이라며 “인기상품에 대한 집중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 최고의 상품과 서비스가 아니라면 앞으로는 시장에서 인정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각광받는 초고화질(UHD) TV. 최고 해상도를 자랑하는 이 제품은 고객 눈높이를 끌어올리면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한번 올라간 고객의 수준은 후퇴하지 않는다. 이른바 ‘톱니 효과’다.
절전형 에어컨과 세탁기 등 가전은 전 세계적 ‘에너지 세이빙’이라는 시대적 요구와 맞물려 소비자의 인기를 끌고 있다.
기술과 제품 혁신성으로 시장 자체를 리드하는 경우도 있다. 애플의 아이폰은 스마트폰에 대해 소비자 인식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혁신적 제품으로 시장을 직접 일궈낸 대표적 아이템으로 손꼽힌다. 꽉 짜여진 시장을 흔들기 위해서는 독창적 아이디어는 필수다.
실력이 잘 드러나지 않지만 경기나 선거에서 뜻밖의 변화를 줄 수 있는 선수나 후보자를 ‘다크호스’라고 부른다. 그동안의 경력이나 혈통, 최근 성적 등의 데이터를 통해 분석, 추론해 우승마를 고르는 게 경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경주마는 그 능력을 알 수 없기에 의외의 결과를 내기도 한다.
올 상반기 인기상품에서도 여러 기대주와 다크호스가 눈에 띈다. 소비자시장(B2C) 제품이 아니라서 일반 소비자는 잘 모르지만, 통신장비와 기업용 솔루션 가운데는 이미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제품이 적지 않았다. 인지도가 아주 높지는 않지만 전문가들이 기능만큼은 해당 분야 최고로 꼽은 중소·벤처기업 제품군도 추천상품으로 대거 이름을 올렸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