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내수마저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미국 기준금리인상 움직임과 그리스 디폴트 우려 등 대외여건도 여의치 않아 하반기 경기 부양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산업연구원은 22일 ‘2015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 자료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9% 내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연구원은 “하반기 수출 부진이 다소 완화되고 저유가, 저금리에 힘입어 내수가 완만한 증가를 이어가 연간 2.9% 내외 성장을 보일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수출이 부진하고 내수도 가계부채 부담 등으로 완만한 증가에 그쳐 전년에 비해 성장률이 낮아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국책연구기관 중 2% 성장률을 전망한 것은 산업연구원이 처음이 아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달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로 제시했지만 구조개혁 성공, 기준금리 추가 인하, 세수결손 미발생을 전제해 사실상 2%대 성장률이 유력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민간·외국계 연구소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3%를 전망하며 “별도 정부 추경 편성이 없다면 올해 2%대 성장률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외국계인 노무라증권은 2.5%, BNP파리바는 2.7% 전망을 제시했다.
3.5% 안팎 전망이 우세했던 연초와 달리 경제성장률 전망이 2%대까지 떨어진 주요 원인은 수출 부진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수출 증가율은 1월 -1.0%, 2월 -3.3%, 3월 -4.5%, 4월 -8.0%, 5월 -10.9%로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KDI는 중국 등 신흥국 성장세 둔화, 대외경쟁력 약화로 올해 수출이 부진할 것으로 분석했다. 산업연구원은 조선, 반도체 수출은 호조가 기대되지만 소재산업군은 전반적으로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는 해외생산 확대 요인이 있지만 초고화질(UHD) TV, 웨어러블기기 등 신규 수요처 확대가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소재산업군에서 정유(-39.4%), 석유화학(-17.4%)은 수출 물량 확대에도 저유가에 따른 단가하락으로 큰 폭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달 겨우 회복 기미를 보였던 내수가 메르스 여파로 크게 가라앉은 것도 전망을 어둡게 한다. 메르스 영향으로 이달 첫째주 소비와 관광·문화·여가 등 서비스업은 지난달 1~2주와 비교해 크게 줄었다. 6월 첫째주 백화점 매출액은 5월 1~2주 평균 대비 -25.0%, 전년동기대비 -16.5%를 기록했다. 대형마트 매출액도 각각 7.2%, 3.4% 감소했다.
산업연구원은 “메르스 사태의 추이와 여파, 경기부양책 효과 등이 주요 변수”라며 “전체적으로 하방위험(downside risk)이 다소 우세하다”고 분석했다.
불확실한 대외 여건도 문제로 지적된다. 연내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며 자본 유출 위험이 지적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최근 연방기금금리 목표치를 종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지만 “미국 경제활동이 완만하게 확장돼 왔다”며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였다. 그리스 디폴트 우려와 중국 성장 둔화, 원자재 가격 약세에 따른 개도국 경기 둔화 등도 변수다.
산업연구원은 “올해들어 세계 실물경기는 선진권 경기 완만한 성장과 개도권 경기 부진 속에서 전반적으로 미약한 성장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선진권 중심의 완만한 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으로 연간 기준으로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거시경제지표 전망(자료:산업연구원, 전년동기비)>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