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는 구조 개편 방향과 관련해 벤처업계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지 않고 대체거래시스템 도입으로 경쟁 분위기 조성, 글로벌 거래소와 경쟁 등 주변 산업 전반을 고려해서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거래소가 생각하는 지배구조는 코스피, 코스닥, 파생시장별 책임경영이 가능해야 하며 시장별 정체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대등관계에서 독자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별 비즈니스 역량 강화 및 경영효율화를 고려할 때 지주회사제 전환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서종남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보는 “거래소 구조개편이 향후 시장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사항임을 고려할 때 지주회사제 전환과 기업공개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학계에서도 비슷한 의견이다. 한국증권학회와 자본시장연구원이 18일 ‘코스닥시장 현황과 미래 발전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정책 심포지엄에서 엄경식 서울시립대 경영대학 교수는 “자회사로 분리한 조직구조와 현행 구조의 차별성이 부족하고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코스닥 자회사 분리 반대 의견에 힘을 실었다.
엄 교수는 “코스닥이 역동적 전략을 수행하려면 한국거래소가 IPO를 거쳐 실질적 형태의 주식회사로 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지주회사 체제를 공식 선언한 만큼 거래소 움직임도 바빠질 전망이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글로벌 시장 흐름을 감안할 때 지주회사 격인 한국거래소 홀딩스를 중심으로 기존 시장본부를 자회사로 두는 안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2013년 경쟁관계에 있던 도쿄거래소와 오사카거래소가 통합해 탄생한 일본거래소지주회사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주회사 아래 현물·선물거래소와 중앙청산소, 예탁기구 등을 두는 형태로 현재 거래소 구조와 유사하다.
거래소는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유가증권, 코스닥, 파생상품 등을 자회사로 두면 된다. 여기에 IT부문을 통합해 하나의 자회사를 만드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전체적으로 경영 자율성은 주면서 혹시나 있을 중복투자를 막을 길도 확보한 것이다.
해외 주요 거래소는 이미 지주회사로 변신하면서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세계 최대 파생상품 거래소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와 유럽 파생상품거래소(Eurex) 등은 합종연횡의 중심에 서 있다.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는 거래소도 빠른 변신이 필요한 이유다.
이성민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