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회가 기업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사업 대기업 참여를 제한한 ‘MRO 가이드라인’을 폐지하거나 적용기간 연장이 아닌 ‘자율 상생협약’으로 전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MRO 가이드라인 업무를 관할하는 동반위는 이달 안에 최종 협력방안을 도출할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는 내용 변화 없이 포장만 바꾼 상생 자율협약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협약 세부 내용을 두고도 주체 간 이견은 여전해 당분간 치열한 논리 공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MRO가이드라인’을 관장하는 동반성장위원회는 대기업 및 중소 MRO 관련 업계와 규제 성격 ‘가이드라인’을 폐지하거나 기간을 연장하는 대신 자율 참여 형태 ‘대중소 MRO 상생협력 협약’ 체결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일단 논란이 돼 온 MRO가이드라인 완전 철폐 가능성은 사라진 셈이다.
동반위 관계자는 “이전 MRO 가이드라인 효력과 유사한 수준에서 이달 안에 최종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율 상생협약 체결이 유력해졌다. 하지만 세부 문구에서는 업체마다 입장이 첨예하다. 동반위와 달리 각 업계는 여전히 각자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쟁점이 되는 효력 연장기간과 LG계열사 서브원 등 규제를 받는 MRO 대기업 기준 적용 여부에서 입장차가 뚜렷하다.
그동안 가이드라인으로 가장 어려움을 겪은 대기업 MRO 업체는 크게 두 가지 사항을 요구하고 있다. 매출액 3000억원 미만 중소기업 대상 영업활동은 지금처럼 제한하더라도 해당 중소기업이 서비스 공개입찰을 할 경우에는 대기업 MRO전문업체도 참여 길을 열어 달라는 것이다. 영업활동에 제약받는 기간을 연장한다면 향후 일몰시점을 명확히 지정하고 이를 준수해 달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동반위는 좀 더 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아이마켓코리아도 주장이 분명하다. 회사는 그동안 삼성에서 분리된 후 사업영역에 별도 제한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상 이전과 동일한 사업을 하면서 규제를 받는 MRO 대기업과 형평성 논란을 빚어왔다. 동반위는 기존 가이드라인 대상기업이 아니었던 아이마켓코리아도 일정 역할을 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준을 재정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마켓코리아 관계자는 “상호출자 대상 범위를 지적받아 지배구조를 개편한 회사가 다시 새로운 제한을 받는 것은 이치상 맞지 않다”라며 “중소 업계와 동반성장차원의 자체 프로그램은 마련할 수 있지만 별도 가이드라인이나 공동협약에 참여하는 것은 분명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아이마켓코리아는 중소제지협회 추천과 협의로 중소 제조사 우수제품 구매 등 다양한 자율적 협력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MRO 가이드라인은 지난 2011년 11월 대기업 계열사간 일감몰아주기 등 내부거래를 통한 부당지원행위와 편법적 증여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마련됐다. 중소 MRO유통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동반위 주관하에 사회적 합의로 도출됐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한 MRO 대기업의 영업범위를 제한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중소제조기업은 대기업이 제공하는 양질의 MRO서비스를 제한받고, 외국계 기업은 가이드 적용을 받지 않으면서 국내 기업의 역차별이라는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가이드라인은 지난해 11월 3년 효력이 만료된 상태다. 동반위는 지난 2월 가이드 연장협의를 진행했지만 최종 결론을 6월로 유보한 상태다.
동반위는 상반기내 최종 결론을 도출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반면 업계는 그동안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가이드라인’을 ‘자율협약’으로 바꾸는 것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표]MRO 가이드라인 협상 관련 각 주체별 의견차
*자료: 각 주체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