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머리를 숙였다. 삼성 경영의 책임자로서 환자 치료를 끝까지 책임지고 메르스 사태가 이른 시일 내 종료될 수 있도록 관계당국과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사태가 마무리되는 대로 삼성서울병원 위기관리 시스템과 응급진료환경을 전면 개혁한다. 감염 질환 예방활동과 함께 백신, 치료제 개발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이 부회장은 23일 삼성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저희 삼성서울병원이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쳐드렸다.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말했다.
그는 “메르스로 인해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과 유족분, 아직 치료 중이신 환자분, 예기치 않은 격리 조치로 불편을 겪으신 분들께 죄송하다”며 “아버님(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께서도 1년 넘게 병원에 누워 계신 만큼 환자와 가족분이 겪으신 고통과 불안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환자분들은 저희가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해드리겠다. 관계당국과도 긴밀히 협조해 메르스 사태가 이른 시일 안에 완전히 해결되도록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사태가 수습되는 대로 병원을 대대적으로 개혁하는 한편 백신과 치료제 개발도 적극 지원하겠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앞서 지난 18일 메르스 환자가 대규모로 발생한 삼성서울병원 내 민관합동메르스대책본부를 찾아 사태 확산을 제대로 방지하지 못한 점과 병원 소속 의사의 부적절한 발언에 사과의 뜻을 전한 바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사태 2차 확산 진앙지로 지목받아온 곳이다.
이날 사과문 발표가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 대표 자격으로 한 첫 대외 공식 발언이 됐다. 그는 그동안 호암상 시상식, 삼성전자 평택공장 기공식 등에서 그룹 대표로 전면에 나섰다. 하지만 공식 기념사나 언론 인터뷰 등 외부 발언은 자제해왔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이 부회장 47번째 생일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는 삼성 오너 일가로는 2008년 4월 22일 이건희 삼성 회장의 특검 사태에 대한 사과문 발표 이후 7년여 만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소개됐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 일문일답
이날 기자회견에는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이 참석해 메르스 사태 확산 원인 규명과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개선 추진 계획을 밝혔다.
-문제 확산 원인은.
▲메르스 초기 발생 당시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위기관리시스템을 제대로 작동시켰어야 했다.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초기 대응이나 노출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일부 빈틈이 있었다. 죄송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삼성서울병원 혁신방향은.
▲사태가 수습되는 대로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병원 쇄신위원회를 구성한다. 사태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위기관리시스템을 전면 개선한다. 호흡기 감염 환자와 일반 환자 출입구를 따로 만들고 환자의 응급실 체류 기간을 줄이는 한편 음압관리병실을 보완하는 등 응급진료 프로세스도 전면 개혁할 것이다.
-질환 예방과 백신 등 개발을 삼성이 지원한다는데.
▲메르스를 포함한 감염질환 예방, 백신과 치료제 개발 연구를 적극 지원하겠다. 직접 개발이나 삼성병원 내부보다는 국내외 연구기관과 전문병원을 지원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메르스 향후 방향은 어떻게 보는가.
▲여러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14번 슈퍼전파자와 같은 사례가 없다면 (앞으로) 산발적인 발생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종식 시점까지는 잠복기가 2회 지나야 하고 마지막 환자가 퇴원하는 것까지 지켜봐야 한다.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부분 폐쇄 기간은. 기존 환자 진료는.
▲폐쇄기간은 보건당국 합동방역단이 매일 병원 사정을 점검하고 있는데 평가에 따라 연장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병원에 오지 못하는 환자에게는 의료진이 전화로 상태를 확인한다. 필요한 조언과 함께 인근 병원 치료를 유도하기도 한다.
-이건희 회장에 대한 별도 조치는.
▲특별한 조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