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기차 보급사업 위기 속 ‘제주의 역할’

[기자수첩]전기차 보급사업 위기 속 ‘제주의 역할’

정부와 지자체가 차 구매비용 절반을 무상 지원하겠다는데도 우리나라 전기차 보급정책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3월 창원시 전기차 보급사업 신청자 미달사태에 이어, 지난달 광주시도 미달됐다. 먼저 시작한 서울시 상황도 다르지 않다. 서울시는 올해 민간공모 600대 규모로 신청자를 받고 있지만, 미달을 우려해 공모 마감일을 부랴부랴 6월 말로 늦췄다. 시민 열의도 식어 평균 3 대 1 수준이던 경쟁률은 올해 들어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차값 절반을 정부·지자체가 무상 지원하겠다는데도 사겠다는 사람은 늘지 않고 있다. 연이은 미달사태로 남은 예산은 내년으로 이월될 수도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도 정책 변화 움직임이 없다는 점이다. 금전적 지원만으로 더 이상 전기차 시장을 키울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주무부처 환경부조차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는 매년 비슷한 보급사업을 되풀이한다. 동기부여형 정책이나, 사고 싶게 만드는 새로운 혜택을 정책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지자체 관리는 노르웨이나 핀란드, 덴마크 보급 정책을 입버릇처럼 말한다. 선진국이 벌이는 친환경차 도로규제나 전용 주차장 등 조치를 선망하면서도 시도는 없다.

다음 달 제주도가 도내 36만대 차량을 전기차로 바꾸기 위한 ‘2030 카본프리 아일랜드’ 중단기 계획을 내놓는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해부터 새로운 판을 짜기 위해 고심해왔다.

제주는 우리나라 전기차 민간보급 물량 절반 이상을 해냈고, 전기차 구매를 희망하는 도민 반응도 뜨겁다. 향후 위험 부담이 적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어느 지자체도 시도하지 못한 선진국형 제도를 도입해 전기차 보급사업 위기를 돌파할 사례를 제주도가 만들어주기를 희망한다.

글로벌 전기차 메카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내건 만큼 세계 어떤 나라도 흉내지지 못한 과감한 정책을 기대한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