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좌우로 돌리거나 혀를 조금씩 움직이는 것만으로 자동차와 휠체어를 운전하는 전신마비 장애인용 이동 기술이 내년 상용화한다.
프리스케일과 애로일렉트로닉스는 23일(현지시각) 미국 오스틴 ACL시어터에서 개막한 ‘프리스케일 기술 포럼(FTF) 2015’에서 전신마비 장애인이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도록 개발한 반자동 자동차를 시연했다.
애로와 프리스케일은 전신마비 장애인이 자유롭게 자동차를 운전하는 일명 ‘샘(SAM:Semi-Autonomous Motorcar)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프리스케일이 보유한 다양한 센서와 무선통신 기술을 통합 처리하는 센서퓨전, 키네티스 K64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을 쉐보레 ‘C7 콜벳 스팅레이’ 차량에 적용했다. 2013년부터 시작해 현재 3단계인 샘 2.0 버전을 개발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레이서 출신 샘 슈미트가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유명 카레이서인 샘 슈미트는 지난 2000년 자동차 서킷에서 사고를 당해 머리를 제외한 전신이 마비됐다.
샘 슈미트는 지난해 샘 기술을 탑재한 자동차로 인디애나폴리스 모터 스피드웨이를 시간당 97마일(156.1㎞/h)로 운전해 인디애나폴리스 500 레이스에서 98위에 올랐다. 최고 속도 기록은 107마일(172.19㎞/h)이다.
지난 4월에는 롱비치 그랑프리 도로코스를 시범 주행해 최장 50마일(약 80㎞/h)로 주행했다. 오는 8월에는 샘 2.0 버전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소노마 그랑프리에 출전할 예정이다.
샘 기술을 적용한 반자동 자동차는 모자에 센서를 장착해 좌우 방향을 제어한다. 입에 호스를 물고 숨을 내뱉으면 브레이크, 숨을 들이쉬면 액셀러레이터 기능을 대신한다. 초기 단계인 1.0 버전에서는 적외선 기술로 방향을 제어하고 센서를 이로 깨무는 방법으로 브레이크와 액셀러레이터 기능을 구현했다.
좌우 방향을 제어하는 센서는 민감도가 높다. 조금만 고개를 옆으로 움직여도 방향을 바꿔 자유자재로 차를 움직인다. 바람을 불어넣고 들이마시는 것은 상대적으로 높은 압력을 가해야 한다.
샘 슈미트는 호스 대신 마우스피스 형태를 제안했고 애로와 프리스케일은 이에 화답했다. 장시간 바람을 넣고 빼면 두통을 유발할 수 있는 등 다소 불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새로운 샘 2.0 버전은 입에 호스를 무는 형태가 아닌 마우스피스로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 기능을 구현할 예정이다. 마우스피스 양 끝에 작은 센서를 부착해 혀를 좌우로 이동만 하면 된다. 모자에 부착한 센서는 모자 안으로 숨기거나 머리띠 형태로 바꾸는 등 작고 가볍게 만든다.
애로는 10월에 상용화 버전 시제품을 내놓는다. 내년엔 미국 오스틴 F1용 트랙인 서킷 오브 아메리카에서 시험 주행을 하고 다양한 응용제품을 출시한다.
조셉 톰슨 프리스케일 디스커버리랩 기술 담당은 “시제품이 시범 주행에 성공하면 내년에 상용화할 계획”이라며 “휠체어나 다양한 헬스케어 부문에 접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샘 슈미트는 “샘 프로젝트로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실제 도로에서 주행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며 “장애인이 자유롭고 편하게 이동하는 것뿐만 아니라 운전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스틴(미국)=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