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절반이 장애인… `공생 사회` 꿈꾸는 작은 PC회사의 꿈

경기 고양시 삼송동 레드스톤시스템 공장. 장애인 근로자 예닐곱명이 데스크톱PC를 손수 조립하고 있었다. 능숙하게 공구를 사용해 부품을 장착하는 그들 손끝에서 PC가 만들어졌다. 레드스톤은 지난해 123억원 매출을 올려 창사 10년 만에 100억원 시대를 열었다.

레드스톤시스템은 PC 제조업체로는 이례적으로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 기업이자 장애인표준사업장 인증을 획득했다. 전체 임직원 55명 중 26명이 장애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장애인 의무고용 사업장인 100인 이상 근무 기업 평균 고용률은 2.54%에 그쳤다. 장애인 노동 생산성이 비장애인보다 낮다는 게 기업이 장애인 고용을 꺼리는 이유다.

23일 경기 고양시 삼송동 레드스톤시스템에서 장애인 근로자들이 데스크톱PC를 조립하고 있다. / 서형석기자
23일 경기 고양시 삼송동 레드스톤시스템에서 장애인 근로자들이 데스크톱PC를 조립하고 있다. / 서형석기자

박치영 레드스톤시스템 대표는 “단언컨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 근로자를 본격적으로 업무에 투입하기 위해서는 비장애인보다 3배 이상 교육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업무에 능숙해지면 높은 생산성을 낸다”고 설명했다.

레드스톤 장애인 채용은 우연한 계기로 시작됐다. 5년전 사후관리서비스(AS) 인력으로 채용한 한 청각장애인이 시작이었다. 박 대표는 “막상 채용하고 보니 업무에 능숙해진 뒤에는 근로자와 회사 모두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며 “비장애인과 정서적 격차를 줄이고자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박치영 레드스톤시스템 대표 <레드스톤시스템 제공>
박치영 레드스톤시스템 대표 <레드스톤시스템 제공>

현재 첫 장애인 직원은 퇴사했지만 레드스톤은 장애인 채용을 늘려 제조, 경영지원, AS 등 여러 분야에 투입했다. 임금도 1년 반 뒤면 비장애인과 동등한 수준으로 맞췄다. “장애인은 최저임금을 논하는 것도 벅차다”는 박 대표 현실 인식이 바탕이 됐다.

레드스톤 경영이념은 ‘나눔과 공생’이다. 공공부문 PC 조달이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되며 공공부문에서 매출 95% 이상을 일구는 기업 특성상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해야한다는 믿음이다. 장애인 근로자가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회사는 높은 생산성을 발판 삼아 원가절감에 나서는 선순환 구조다.

이달에는 제조시설을 서울 용산에서 고양 삼송으로 옮겼다. 사세가 커지기도 했지만 직원에게 더 넓고 쾌적한 근무여건을 마련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용산에서 경영·행정을, 삼송에서 제조를 맡는다.

23일 경기 고양시 삼송동 레드스톤시스템에서 장애인 근로자들이 데스크톱PC 조립 후 한데 모였다. / 서형석기자
23일 경기 고양시 삼송동 레드스톤시스템에서 장애인 근로자들이 데스크톱PC 조립 후 한데 모였다. / 서형석기자

서울과 가까우며 넓은 공간을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박 대표가 삼송을 고른 이유다. 화물차가 3층 공장으로 올라올 수 있고 오락시설을 마련할 수 있을 정도로 넓어 용산 시절보다 더 좋은 제조여건이다.

레드스톤은 매출 목표로 올해 170억원, 내년 200억원을 내다본다. 중기 간 경쟁이라는 제도적 보호 내에서 회사 지속성장으로 장애인 채용을 늘리고 임직원이 일과 삶의 균형을 갖도록 만드는 게 목표다. 박 대표는 “장애인 채용이라고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있는 게 아니다”라며 “창업 당시 내세웠던 공공부문 집중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