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변호사, 공기업 등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결심한 사람들이 제주에 모였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의 창업지원기구 디캠프가 주최한 1박 2일 창업결심캠프 ‘디시전(D.Cision)’이 제주도에서 지난 25일부터 이틀간 열렸다.
100여명 지원자 중 사전심사를 거쳐 32명의 최종 참가자가 선정됐다. 초기기업(스타트업) 창업자이거나 창업을 준비 중인 이들이다.
참가자는 이틀간 창업자 기질 및 성격검사부터 창업강좌, 비즈니스모델 검증, 유명 창업자와 벤처캐피털, 창업전문가의 일대일 멘토링을 거쳤다.
김광현 디캠프 센터장은 “대학생이나 IT종사자 등이 많았던 예년에 비해 올해는 교수, 변호사 같은 전문직 종사자와 여성 참가자가 늘어났다”며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키우거나 대기업을 나와 창업하는 일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박효연 변호사는 법무법인 율촌에서 6년간 일하고 동료 변호사 2명과 함께 온라인 법률상담 플랫폼 창업을 앞뒀다.
박 변호사는 “보이시피싱이나 게임계정도용 피해자를 돕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며 “검찰청 검사시보로 일하면서 범죄 피해자들이 법률상담을 이용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것을 느꼈고 법률서비스의 문턱을 낮추고 싶다”고 말했다.
이재혁 경동대 IT공학부 교수는 걸으면서 충전이 가능한 휴대용 발전기 창업을 준비했다. 음료 텀블러같은 휴대용 기기를 들고 다니면 자연스럽게 충전이 가능하다. 이 교수는 올해 쉰둘의 최고령 참가자이기도 하다.
안정된 직장도 창업을 막지 못 했다. 지승현 가천대 화공생명공학과 연구교수는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창업을 결심했다. 배터리 분야 창업을 위해 이 분야 국내 최고권위자로 꼽히는 윤영수 교수가 있는 가천대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장기적으로 폐원자로를 이용한 발전소 사업을 염두하고 있다”며 “일단 바이오칩 창업으로 시작해 스몰비즈니스부터 경험을 쌓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손호준 스톤브릿지캐피탈 심사역은 “창업보육전문기구도 늘어나고 창업자금이 많이 풀리면서 의사, 변호사, 교수처럼 전문직의 도전이 늘어나고 그만큼 창업의 질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며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 했던 ‘옐로모바일’ ‘배달의형제’같은 기업이 등장할 가능성도 더욱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