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특수가스 공급부족 `초비상`…가격 폭등으로 원가 부담 가중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공정에 필수로 활용되는 특수가스 소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반도체 공정 미세화에 따른 멀티패터닝 작업 증가와 공장 가동률 확대 등으로 관련 특수가스 소재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공급 부족 탓으로 가격이 적게는 두 배, 많게는 여섯 배 치솟았다.

반도체·디스플레이용 특수가스 공급업체는 갑절 이상 늘어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 확충 및 해외 소싱에 적극 나서고 있다.

OCI머티리얼즈는 한동안 중단했던 삼불화질소가스(NF3) 3차 증설투자를 재개한다. 이달 증설에 들어가 내년 6월 말 가동할 계획이다. 3차 증설이 끝나면 OCI머티리얼즈 NF3 생산능력은 연간 9500톤으로 늘어난다.

OCD머트리얼즈가 생산하는 특수가스 NF3 제품.
OCD머트리얼즈가 생산하는 특수가스 NF3 제품.

후성도 최근 343억원을 투자해 반도체 특수가스 생산라인을 증설한다. 원익머트리얼즈 등은 확대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소싱에 두 팔을 걷었다.

업계 관계자는 “수급 불균형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최근 특수가스 공급 업계가 생산량을 대폭 늘리고 있다”며 “특수가스는 수요와 공급 변화에 따라 수익성 변동이 매우 커 최근 수요 급증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면 큰 폭의 실적 개선을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NF3를 비롯해 육불화부타디엔(C4F6), 육불화텅스텐(WF6) 등이 대표적인 반도체용 특수가스 소재다. NF3는 반도체·LCD 제조공정 과정에서 증착공정 후 체임버 내부에 생기는 잔류물 제거에 쓰인다. C4F6는 반도체 식각공정에, WF6는 증착공정에 주로 사용된다.

소재 원재료 대부분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모스크바 등에서 생산된다. 업계는 이 지역 공급처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특수가스 소재 수요가 최근 크게 늘어난 데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가 3차원(3D) 낸드 생산을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2차원(2D) 낸드 생산에 비해 3D 낸드는 화학증착 작업이 4배 이상 늘어난다. 삼성전자가 경기도 평택 최첨단 반도체 라인 건설을 본격화했고, SK하이닉스도 36단 3D 낸드 양산에 들어가면서 향후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네온 가스 공급부족 상황을 맞고 있다. 네온은 엑시머 레이저(Eximer Laser)로 유리기판을 비정질실리콘(a-Si)에서 정질(poly)실리콘으로 결정화하는 장비에 들어간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생산능력을 확대한 데다 주 생산지인 우크라이나에서 내전이 발생해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네온 가스 가격이 작년에 비해 여섯 배 이상이나 껑충 뛰었다”며 “연말까지 열 배 넘게 오를 것이라고 관측될 만큼 귀해졌다”고 설명했다.

NF3는 지난해부터 가격 상승이 지속돼 갑절 이상 올랐다. WF6, C4F6 등은 2013년 ㎏당 4만9500원 수준을 형성했으나 2014년 말 13만원대로 세 배 가까이 급등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가 특수가스 가격 폭등으로 원가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내다보며 “반면에 특수가스 공급 업계는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