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유료방송 셋톱박스 시장 매출규모가 방송 디지털화 완료, 경쟁심화에 따라 12년 만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4K UHD(3840×2160)가 이를 극복할 카드로 제시됐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유료방송 셋톱박스 시장 전체 매출은 153억달러로 2013년 159억달러보다 줄었다. IHS가 2002년 해당 부문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첫 감소다. 출하량은 2억 470만대로 전년보다 1% 미만 상승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출하량은 늘었지만 업체 간 경쟁심화로 수익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니엘 시몬스 IHS 연구원은 “2002년 이래 시장이 급격한 상승세를 나타냈지만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며 “출하량이 감소하는 대신 고부가가치 추구로 사업이 전개될 것”이라 내다봤다. IHS는 지난 3월 국내 우전앤한단의 셋톱박스 사업 철수, 스위스 제조사 ADB의 증시 상장폐지, 미국·영국 제조사의 유료방송 피인수 등 최근 잇따른 시장재편을 시장 축소에 따른 업계 대응책으로 분석했다.
전체 매출규모는 올해 151억달러에서 2018년 132억달러로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디지털케이블TV, IPTV와 달리 소프트웨어(SW) 방식 구현이 불가능한 위성방송을 중심으로 시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됐다. 시몬스 연구원은 “아프리카, 중동, 중미, 중남미 지역에서 위성 셋톱박스 사업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4K도 셋톱박스 업계의 기회로 제시됐다. 과거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HD 전환 시 대규모 교체가 일어났듯 4K 전환을 위해서는 셋톱박스 보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국, 일본, 인도에서 4K 방송이 시작됐고 미국도 케이블TV, 위성방송에서 이를 준비하는 등 4K 도입 국가는 늘어날 전망이다. 유료방송 4K 셋톱박스 시장규모도 올해 2억 4000만달러에서 2019년 전체 시장의 40%에 달하는 54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