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삼성물산 CEO "합병 무산 가정한 플랜B 없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최고경영진이 양사 합병에 관한 자신감을 굽히지 않았다. 합병을 반대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기한 합병비율 관련 이슈가 문제없다고 밝혔다. ‘배수진’을 넘어, 플랜B(차선책)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윤주화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은 3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합병이 무산됐을 때를 가정한 플랜B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합병 무산가능성을 일축한 자신감 표현으로 해석된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7월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9월 1일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제일모직이 주가 비율에 따라 1대 0.35로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방식이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합병비율이 자산 가치가 큰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다며 합병을 반대하고 나섰다. 최근 삼성물산 지분 7.12%를 취득하고 반대 의결권을 모으고 있다.

윤 사장은 이와 관련해 “과거 주가를 봐도 비율에 문제가 없다”면서 “바이오 사업 등 성장으로 제일모직 주가는 향후 더욱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오히려 지금이 최적의 시기”라고 말했다.

김신 삼성물산(상사부문) 사장은 “경영진에서 합병비율을 ±10%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며 “우리나라 합병 케이스 135건 중 계열사 85건의 경우 프리미엄 디스카운트를 적용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는데 이는 제한적 상황에서만 적용하라는 법의 취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이어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제일모직과 달리 삼성물산은 우호지분율이 낮아 제일모직과 같은 주가 모멘텀이 없고 엘리엇 같은 이슈가 생기는 것”이라면서 “제일모직같은 ‘디 팩토 홀딩컴퍼니’ 안에 속하게 되면 비즈니스 차원에서 플러스 요인이 더 많아 진다”고 합병 당위성을 강조했다.

엘리엇이 제안한 중간배당 요구에 대해서도 ‘불가’ 입장을 확실히 했다.

삼성물산의 법률대리인인 고창현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중간배당은 상대방 주주에 손해를 끼치는 사안으로 합병계약서 수정이 필요하다”면서 “대법원 판례에서도 주권상장법인 주가는 재무상황, 수익력, 시장전망 등 투자정보 판단에 근거해 매수가격을 산정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측은 이날 합병법인 성장전략·목표를 공개했다. 기존 삼성물산 건설·상사 부문 B2B 사업과 제일모직의 패션, 식음·레저, 바이오 사업을 성장축으로 2020년 매출 60조원, 세전이익 4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합병 시너지를 기반으로 헬스케어, 에너지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운다.

합병법인은 배당성향은 30%수준을 지향하고 글로벌 선진기업 배당·자사주 정책 등 주주 환원정책 사례를 연구해 도입한다. 소액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강화 방안도 수립한다.

제일모직 계열사인 바이오에피스의 양철보 상무는 “바이오 의약품 개발에 필요한 자본 조달을 위해 나스닥 시장 상장 등을 검토 중”이라며 “나스닥 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경쟁사 및 국내 셀트리온 사례처럼 시장에서 회사의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