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기도 세일하나요?

[기자수첩]전기도 세일하나요?

전력 당국이 최대 수요철인 하절기를 앞두고 전기요금을 내렸다. 중소기업은 8월부터 1년간 토요일 사용분에 한해, 주택용은 7월부터 석 달간 누진제 적용구간을 높여 요금인하를 유도했다.

제철을 맞아 한시적 ‘세일’에 들어간 셈이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전력 사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의아해한다. 하절기는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긴장하며 에너지절약 운동을 펼치는 기간이다. 전력 예비량이 떨어지다 못해 지난 2011년 9월엔 블랙아웃을 맞기도 했다.

올해는 반대로 사실상 전력 소비를 촉진하는 정책이 나왔다.

정부는 수년간 전력 공급 설비를 늘리는 데 힘썼다.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원자력을 비롯해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설비 증설 계획을 담았다. 그 결과, 지난해부터 전력 예비율은 20%를 웃돌기 시작했다. 지어놓고도 노는 설비가 늘었다. 원자력, 석탄 등 생산원가가 낮은 발전소를 제외한 대다수 민간 발전사업자는 수익이 악화됐다.

전력 소비를 늘리는 것이 필요했고, 하절기 한시적 인하 조치가 나왔다. 명분상으론 경기하락에 숨통을 틔우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가격 인하로 수요를 늘리겠다는 숨은 뜻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올해 전기요금 인하로 가계·중소기업 부담이 줄어들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선진국 대비 비정상적으로 낮은 전력 요금을 감안하면 전력 소비구조가 엉뚱한 방향으로 조성될 수 있는 위험성까지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수요관리, 신재생에너지사업 등 신사업과도 아귀가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전기는 일반 소비재와 다르다. 수요 변화에 따라 공급을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쉽지 않다. 무조건 많이 팔리는 것이 좋은 것도 아니다. 국가적으로 최적의 소비 구조를 찾고 적절한 공급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올여름 전력 세일은 어찌 보면 이러한 구조를 만드는 데 실패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