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17개 TV쇼핑 채널 시대가 열린다.
유통채널이 늘어나면 중소기업은 판로가 확대된다. 소비자 선택권도 넓어질 수 있다. 반면에 너무 많은 채널 등장은 시청권을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사업자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홈쇼핑과 T커머스 간 구분, 사업자별 특화 아이템 확보 등이 중요해졌다.
TV홈쇼핑은 기존 6개사에다 ‘제7 홈쇼핑’인 공영홈쇼핑(아임쇼핑)이 이달 중순 개국을 앞두고 있다. 데이터방송을 활용한 T커머스도 꾸준히 늘고 있다. 7개사가 채널을 운영 중인 가운데 사업권을 갖고 있는 GS샵과 NS홈쇼핑, W쇼핑 등이 추가로 서비스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TV를 매개로 사용하는 쇼핑 채널은 하반기 홈쇼핑 7개에다 T커머스 10개로 늘어난다. 총 17개다. 꼭 모든 유료방송사업자가 17개 채널을 채워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TV쇼핑 채널 증가는 분명하다.
우리나라 홈쇼핑은 지난 1995년 2개사로 시작했다. 그해 홈쇼핑 매출 합계는 34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기준 홈쇼핑 사업자 매출은 10조원을 훌쩍 넘었다. 비약적 성장을 해온 홈쇼핑이다.
이달 공영홈쇼핑이 출범하면서 우리나라 홈쇼핑은 20년 만에 7개 사업자 체제로 바뀐다. 기존 GS와 CJ, 롯데, 현대, NS와 홈앤쇼핑에 이어 새로운 사업자가 등장하는 것이다.
TV홈쇼핑은 TV라는 강력한 매개체를 활용하면서 고성장했다. 오프라인 시장도 일부 잠식했다. 여섯 번째 사업자였던 홈앤쇼핑 역시 사업 초기부터 수익을 내며 시장에 안착했다.
다만 새로 시작하는 공영홈쇼핑은 조금 성격이 다르다. 기존 홈쇼핑 판매수수료(평균 34%)보다 낮은 23%의 수수료로 출범한다. 낮은 수수료에다 중소기업 제품과 농수산품만 판매하면서 공공성을 강화한 모델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T커머스는 올해 정부 육성 안이 나온 이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05년 사업자를 선정했지만 오랜 기간 실제로 사업에 나선 주체는 없었다. 2012년 KTH가 처음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2013년 티브로드가 ‘쇼핑&T’를, 2014년 ‘드림&쇼핑’과 SK브로드밴드가 ‘B쇼핑’을 열었다.
제한적 사업이 이뤄졌지만 정부가 T커머스 진흥 쪽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롯데홈쇼핑과 현대홈쇼핑, CJ오쇼핑까지 T커머스를 오픈했다. 본격적인 T커머스 플랫폼 확장도 올해부터 이뤄지고 있다. 사업권을 갖고 있는 GS샵과, NS홈쇼핑, 벼룩시장도 하반기 내 T커머스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T커머스 사업자는 아직까지 케이블과 IPTV·위성방송 가운데 일부 플랫폼만 이용한다. 향후 각 사업자가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플랫폼 확보를 위한 경쟁은 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TV쇼핑 채널확장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 여러 중소기업이 다양한 판로를 확보할 수 있고 소비자 선택권이 늘어나는 점은 분명한 순기능이다. 하지만 우리 시장 규모를 감안할 때 너무 많은 쇼핑채널이 만들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홈쇼핑과 T커머스는 화면구성과 방송 형태 등에서 부분적인 차이가 있지만 소비자에게는 모두 TV를 매개체로 한 같은 쇼핑채널이다. 홈쇼핑과 T커머스는 같은 소비자를 두고 경쟁해야 하는 관계다.
우리나라에서 오프라인 기반의 백화점, 대형마트 고객이 빠르게 온라인·모바일 커머스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아직까지 TV쇼핑은 가장 접근성이 높고 상품을 노출할 수 있는 핵심 채널이다. 이 때문에 홈쇼핑과 T커머스 시장이 단기간 내 정체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유통사업자 간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고, TV보다 온라인·모바일로 영상을 보는 시청자가 늘고 있는 점은 중장기적으로 위기임에 분명하다.
각 사 전략이 중요해졌다. 유사 상품을 채널 번호 경쟁만으로 승부를 거는 시대는 머지않아 끝날 수 있다. 각 사가 ‘상품소싱-소구 기법-유통망-사후서비스(AS)’에 이르는 차별화 전략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정부 역할도 주목된다.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주고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홈쇼핑과 T커머스의 차별성 없는 동일한 구성 △과당경쟁에 따른 부담의 기업체 전가 △채널 확보과정 불공정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할 것이다.
홈쇼핑과 T커머스는 모두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한다. 이 때문에 사업자는 모두 정부의 사업허가를 받고 있다. 17개에 달하는 TV쇼핑 채널을 모두 용인한 것은 정부다. 과다 채널에 따른 부작용을 잘 방어해야 하는 것 역시 정부 몫이다.
그렇다고 홈쇼핑산업과 T커머스에 ‘진흥’은 없고 ‘규제’와 ‘가이드라인’만 난무한다면 이 역시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