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잠을 자고 나면 하루 종일 컨디션이 좋다. 꿀잠을 자기 위해서는 자는 공간 온도나 습도를 적절하게 맞춰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빛이다. 빛을 차단하고 깜깜한 환경 즉 완벽한 밤을 만들어주는 것이 꿀잠의 기본이다.
하지만 피곤한 하루를 마친 현대인은 불을 끄지 않은 채 자는 경우가 많다. 그냥 자기 아쉬워 책이나 TV를 보려고 하지만, 피곤함에 나도 모르게 잠이 들기 때문이다. 불을 켜놓고 잠들면 새벽에 한 번씩 깬다. 아침에 일어나도 잔 것 같지 않고 피곤하다. 더 큰 문제는 불을 켜놓고 자는 횟수가 늘면 비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레이덴 의대 샌더 쿠이즈만 연구팀은 인공 빛을 많이 쬘수록 체지방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밝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3월 3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야근이나 회식 등 이유로 인공 빛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쬐는 사람이 일반인보다 뚱뚱하거나 관련 질환이 많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리고 실험쥐를 세 그룹으로 나눠 같은 양의 먹이를 먹게 하되, 하루에 쪼이는 인공 빛 양을 각각 12시간, 16시간, 24시간으로 다르게 했다. 5주 동안 관찰한 결과 인공 빛을 많이 쬔 쥐일수록 몸 속 지방량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세 그룹 쥐 무게에는 변화가 거의 없지만 체지방량은 최대 1.5배까지 차이가 났다. 특이한 점은 인공 빛을 가장 많이 쬔 그룹의 갈색지방 양이 가장 적었다는 점이다.
안철우 강남 세브란스병원 내분비과 교수는 “이 연구결과는 체지방이 늘어남은 물론 갈색지방이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인공 빛을 오래 쬐면 비만이 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갈색지방은 지방을 태우는 지방이다. 주로 추위를 느낄 때 당이나 지방 같은 에너지원을 태워 열을 내고 체온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 몸에 필요이상으로 들어온 영양분을 저장해 비만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일반적인 지방은 백색지방으로 분류된다.
갈색지방은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지 못하는 설치류에서 발견됐다. 따라서 체온조절이 가능한 사람은 갈색지방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 사람도 갈색지방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신생아는 스스로 체온을 올리는 행동을 하지 못해 갈색지방 존재가 매우 중요하다. 자라면서 갈색지방이 필요 없어짐에 따라 흔적기관처럼 점차 사라진다. 그러나 2009년 하버드대 의대 연구팀이 일부 성인 몸에 갈색지방이 남아있고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렇다면 갈색지방을 늘리는 방법은 없을까? 가장 정확한 방법은 운동이다. 근력운동을 하면 근육에서 ‘아이리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고, 이 호르몬이 백색지방을 갈색지방으로 바꿔준다.
불을 켜놓고 자는 습관은 비만을 유발하는 현상인 멜라토닌 호르몬과도 관련이 있다. 멜라토닌은 밤이 되면 잠을 자라고 뇌에 신호를 보내는 호르몬이다. 뇌에서 제3의 눈으로 불리는 송과샘에서 빛을 감지해 멜라토닌을 내보내는데, 주로 밤 11시~새벽 1시에 분비된다. 그런데 이 시간에 자면서도 불을 켜놓으면 송과샘은 빛을 인지해 멜라토닌을 분비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밤이지만 몸은 여전히 낮이라고 인지한다. 잠을 자도 계속 피곤한 것은 이 때문이다.
멜라토닌이 분비되지 않았을 때 생기는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멜라토닌이 분비되지 않으면 갈색지방을 활성화하는 아이리신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못하고, 우리 몸 속 갈색지방은 점점 준다. 또 다른 호르몬 문제로 건강이 나빠지고 비만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안철우 교수는 “사람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사람은 갈색지방을 갖고 태어나고, 밤에 제대로 자고 건강한 생활을 하면 갈색지방 감소와 비만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