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저성장시대, 개발도상국엔 신사업 기회 많다

김성우 삼정KPMG 기후변화·지속가능성 본부장.
김성우 삼정KPMG 기후변화·지속가능성 본부장.

최근 부산 미주개발은행-국제투자공사(IDB-IIC)총회, 마카오 카본 포럼 아시아, 인천 녹색기후기금-아시아개발은행(GCF-ADB) 협의회, 경주 세계 물 포럼 등 주요 국제행사에 강의와 토론자로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이 행사에 참석한 다양한 분야 글로벌 리더들과 교류하면서 예년과 다르게 개발도상국 내 신사업 관련, 실질적이고 구체적 기회가 많다는 것을 느꼈다.

이 행사들은 개발도상국 개발 관련 기술·시장·금융·협력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는데, 모두 관통하는 공통 키워드는 ‘지속가능성’과 ‘투자’였다. 글로벌 저성장 기조 속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협하는 중요한 요인들로 기후변화·물 부족 등에 주목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 과정에서 개도국 인프라사업 등 많은 투자 기회가 기다리고 있다. 그 핵심에 ‘민간투자 유인’이 있다. 공공은 민간자금을 기다리고 있고, 민간은 성장엔진을 찾고 있기에 둘을 연결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클린에너지 부문은 향후 2050년까지 매년 약 1000조원 투자가 필요하다. 민간 투자가 요구되는 만큼 큰 기회라 할 수 있다. 성공적 민간 투자 활성화를 위해선 프로젝트 자체 수익성, 공공기금 보증, 민간자금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인도 심파네트워크 사례는 공공재원의 초기 지원으로 민간투자가 성공한 좋은 사례다. 인도는 급속한 경제발전에도 불구하고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가구가 여전히 많다. 심파네트워크는 아시아개발은행 초기 투자를 바탕으로 인도 지방 전력 미보급 가구에 태양광발전기·선풍기·조명·배터리 세트를 리스로 판매하는 사업을 진행해 월 30% 성장하는 성공적 사업모델을 이끌어냈다.

제품의 경제 수익이 높고 아시아개발은행이라는 공공 초기투자를 통해 민간투자가 성공할 수 있었던 사례다. 섬이나 오지에 신재생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하는 사업은 기존 디젤발전기 대비 프로젝트 자체 수익성이 높아 공공 초기지원 만으로도 민간투자에 성공했다. 이런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대상은 전 세계에 15억명(아시아 8억, 남미 4억 등)이 있어 그 시장잠재력이 크다.

우리 기업이 개발도상국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데 인천 송도에 거점을 둔 GCF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GCF는 개발도상국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마련된 기금이다. GCF는 이미 10조원 초기 재원을 확보했고, 2020년까지 100조원, 이후 매년 100조원의 기금을 조성해 환경 관련 사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GCF는 개발도상국 개발 시 좋은 조건으로 지분 투자·대출·보증을 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독일, 일본 등 기업은 이미 유사한 기금을 활용해 개도국 리스크를 줄이며, 다양한 사업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GCF 사무국 유치국 이점을 적극 활용해 개발도상국 시장 진출 확대 기회로 삼아야 한다.

지난해 12월 독일 전력회사 이온(EON) CEO는 신재생에너지사업 집중을 위해 석탄 등 기타 발전소를 분사하면서 “미래에 우리 경쟁상대는 전력회사가 아니고, 구글처럼 에너지효율을 지향하는 IT회사”라고 한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 유명 사모펀드 KKR가 태양광담수화를 이용한 농업기술회사를 인수한다는 소식도 마찬가지다. 단기적 이익이 중요한 재무적 투자기업이 신재생에너지와 물, 농업 부문에 투자하는 것은 흔한 사례가 아니다.

글로벌 경제 흐름이 지속 가능한 발전 형태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 역시 변화의 흐름을 신속히 읽고 대응에 나설 때다.

김성우 삼정KPMG 기후변화·지속가능성 본부장 sungwookim@kr.kpm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