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기업 선정, 심사를 거쳐 2개월 내 연구소 기업을 설립할 예정입니다. 창업 이후에는 상용화급 연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김병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광물자원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이 앞으로 펼쳐갈 연구자로서의 마지막 R&D플랜을 공개했다.
김 책임은 세라믹과 자원공학 공학 전공으로 저급석탄 건식 공정을 상용화 수준 일보직전까지 개발했다.
암석 등이 섞인 저급석탄을 건식으로 가려내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석탄을 처음 캐면 암석 등을 가려내야 합니다. 그런 과정이 없다면, 생산성이 뚝 떨어집니다. 지금도 운송비용이 석탄 값의 40%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석탄업계가 갖고 있는 과제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암석과 석탄을 분류하는 선탄과정은 습식이었다. 석탄을 채굴한 뒤 물을 넣어 크기별로 분리하는 방법으로 진행해 공정도 복잡하고 설비비용도 많이 들었다.
김 책임은 “몽골처럼 물이 부족한 지역이나 러시아처럼 특정기간 물을 확보하기 어려운 곳은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물 부족도 문제지만, 공정과정에서 나오는 폐수처리는 더 골치 아픈 현안”이라고 지적했다.
김 책임은 효율 대비 환경적인 요인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 2011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을 받아 건식공정을 기반으로 하는 저급석탄 선탄기술 개발에 뛰어 들었다.
김 책임은 최근 해외 유연탄이나 국내서 캔 무연탄을 고급석탄화하는 건식 선탄 실증시험도 성공했다. 이 파일럿에서는 시간당 10톤 정도 처리가 가능하다. 공장 설비비용은 습식 대비 3분의 1, 가동비용은 40%밖에 안 든다. 다만, 상용화로 가려면 시간당 50톤은 석탄을 가려내야 한다.
“우리나라 석탄 수입량은 매년 1억 3000만톤이나 됩니다. 생산도 무연탄 200만톤에 불과하죠. 산업용이나 발전용은 유연탄인데, 수입이 불가피합니다. 석탄은 또 석유가격과 연동돼 있습니다.”
김 책임은 “원자력발전도 한계가 있고,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보더라도 아직까지 석탄만 한 것이 없다고 본다”며 “석탄은 세계에 골고루 분포돼 있어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고급탄이나 유통시장은 이미 선진국, 다국적 기업이 모두 장악하고 있어 후발국이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다. 또 유연탄이 결정화가 진행되면, 석탄에 가스가 날아가고 단단한 무연탄만 남게 되는데, 국내에는 유연탄이 없다.
김 책임은 후배들에게 충고도 했다.
“한 우물을 파야 합니다. 젊어선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게 좋지만, 중견 연구자가 됐다면 자기 길을 고집해야 합니다. 그게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길입니다.”
김 책임은 “여건이 잘 갖춰지지 않은 어려움이 있는 것을 알지만,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죽도 밥도 안 된다’”는 논리를 폈다.
프로젝트가 3~5년 정도 되면 바뀌는 현실에서 적응이 쉬운 건 아니다. 그래도 최소 5년 정도는 한 우물을 파야 “이렇구나”하는 뭔가가 잡힐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