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기후변화 대응, 각 분야의 공동의 역할과 노력이 필요하다

[ET단상]기후변화 대응, 각 분야의 공동의 역할과 노력이 필요하다

올 연말 파리에서는 항간에서 ‘지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2주일’ 이라고 표현되고 있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린다. 지난 6월 18일 로마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교회 처음으로 환경보호를 주제로 하는 회칙을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정부 포스트2020 온실가스 감축목표안이 발표된 이후 연일 산업계와 시민계 각각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는 사회 전 분야 뜨거운 이슈다.

환경규제가 사업장 오염물질 배출규제에서 제품환경 규제로 확대되면서 유해물질규제(RoHS), 폐전기전자제품처리지침(WEEE),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친환경설계(Ecodesign), 에너지효율규제 등이 전자·IT 분야로 집중됐다. 전자·IT업계는 그동안 규제 이행을 위해 다년간 노력을 해왔고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실제 우리 제품 친환경 경쟁력은 글로벌 상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꾸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환경이슈와 관련해 산업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특히 배출권거래제 시행, 포스트 202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립에 대한 산업계의 강력한 반발이 그러한 인식을 더욱 확산시켰을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은 그간의 사업장 오염물질배출규제, 제품환경규제와는 접근 방법이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 산업계가 온실가스 배출의 가장 큰 주범 중 하나인 것은 자명하지만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기업, 가계, 정부 등 각 분야가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방향은 한 주체에 과중한 부담과 책임을 부여하는 형태가 아니라 전 주체가 분담하는 구조로 가야 할 것이다.

우선적으로 정부의 현실성 있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립과 감축방안 마련이 중요하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기업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노력이 한계치에 다다른 상황에서 현실적 대안 없이 과도한 목표만 부여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더 큰 국제사회 불신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정부가 과감한 정책지원 및 R&D투자 확대와 신산업 창출로 적극적인 수단을 발굴하고 산업계가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각 분야의 현실성 있는 수단을 만들고 적극적인 실천의지를 먼저 보여주어야 한다.

환경이슈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영리활동으로 지속가능성을 담보해야 하는 기업은 시장 수용성이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환경이슈가 규제로 다뤄지면서 비용이 수반되는 반면에 시장에서 인센티브는 뚜렷하지 않음에 따라 기업은 의무조건을 만족시키는 수준 이상의 노력에 적극적이지 않은 편이었다. 가전 업종은 제품과 사업장 규제를 동시에 받고 있는데, 에너지효율등급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동시에 배출권거래제 시행으로 사업장 온실가스 배출규제도 받고 있다. 반면에 에너지고효율 제품보급에 따른 가정·상업 분야 온실가스 감축효과 인센티브 제공 방안이나 고효율 제품 보급촉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은 부족한 편이다.

오히려 아직까지 대형가전이 개별소비세 적용대상에 포함돼 있어 기업 사기를 저해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09년부터 친환경 가전제품 구매 시 일정금액을 포인트로 환원해주는 에코포인트 제도를 시행함으로써 온실가스 감축이행, 내수 진작, 신성장산업 육성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러한 형태는 환경규제에 대한 접근방법이 달라지지 않고서는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환경이슈로 발생한 비용을 받아들일 수 있는 성숙한 소비시장이 뒷받침돼야 하며, 기업은 환경이슈를 규제보다는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 툴로서 ICT 활용은 새로운 도약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전 지구적 난제를 앞에 두고 그 어느 때보다 각 분야 공동 역할과 노력을 담보로 하는 현명한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남인석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부회장 namis@gok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