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긴축안 거부로 우리 정부는 국제·국내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보고 대응 태세를 갖췄다. 당장 조치를 취하지는 않지만 언제든 상황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은행도 일단은 상황을 주시하기로 했다.
정부와 한은 모두 그리스 사태가 당장 국내에 미칠 영향보다는 향후 유로존 전반 변화에 주목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부는 6일 주형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재로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제금융센터 등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는 “향후 국제금융시장은 물론이고 국내금융시장에서도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그리스 문제는 경제뿐만 아니라 유로존을 둘러싼 정치·사회적 관계 등이 얽혀있다”며 “해결 과정이 장기화되고 향후 상황도 시장의 대다수 예상과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또 “시장 상황에 일희일비하기보다 멀리 보고 긴 호흡으로 상황 변화에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발생 가능한 상황에 대비하고 상황변화에 능동적·적극적으로 대처할 방침이다. 관계기관은 그리스 사태와 여타 대외위험요인 파급 영향을 점검하고 취약 부문의 선제적 보완대책을 마련하는 데 노력한다.
정부는 “외환·금융시장 등 일반적 파급경로 외에 실물경제를 포함한 모든 발생가능한 상황을 상정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할 것”이라며 “가계부채, 한계기업 등 잠재 위험요인에도 위험관리에 실기하지 않도록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날 김민호 국제 담당 부총재보를 중심으로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열고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가 국내외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대책반은 그리스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커진 만큼 외환·채권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면밀히 분석하기로 했다.
국내 금융시장은 개장 후 주식시장 주가 하락폭이 점차 줄고 있으며 외환·채권 시장이 비교적 안정적 모습을 보여 일단 시장 상황을 주시하기로 했다. 다만 향후 국제 금융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국내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정부와 협력해 시장안정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정부와 한은이 “준비는 하되 일단 지켜보겠다”는 것은 그리스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와 그리스 교역 규모가 우리나라 전체 교역액 0.1%로 크지 않고 금융채권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그렉시트로 이어지고 향후 유로존 이탈로 확산되면 우리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만큼 시나리오별 대안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유로존 불안정성이 커지면 유럽과 교역량이 줄고, 유로화 가치가 더 떨어지면 지지부진한 우리 수출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