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동규 특허청장 “발명 상업화 활성화하겠다”

[인터뷰] 최동규 특허청장 “발명 상업화 활성화하겠다”

최동규가 친정으로 돌아왔다. 1987년 특허청 사무관으로 공직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외교부로 떠난 지 20여년 만인 지난 5월 특허청장으로 복귀했다.

최 청장은 7일 청장실에서 취임 후 전자신문과 첫 인터뷰를 갖고 최우선 시책으로 “발명 상업화를 활성화하겠다”며 “특허권이 재산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식재산 가치 평가를 강화하고 금융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우수한 지식재산 심사·심판 제도를 전 세계에 확산시키는 것도 주요 역점 추진 시책으로 꼽았다.

최 청장은 “우리나라 정부부처 가운데 선진국에서 바라보는 위상이 가장 높은 기관이 바로 특허청”이라며 “이제 그 기대에 맞춰 한국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퍼스트무버(선도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격주 간부회의는 취임 후 첫 작품이다. 특허청 핵심 인력인 심사관이 주 업무인 심사에 매진할 수 있도록 배려한 조치다. 역대 어떤 정책보다 특허심사 현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최 청장은 “회의를 위한 회의는 안 하겠다”며 “청 구성원과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달성하는 방법 중 하나가 2주 정도면 맞다고 생각해 시범적으로 도입했다”고 말했다.

-향후 역점을 둬 추진할 정책과 사업은.

▲크게 두 가지다. 특허권이 재산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특허권이 담보로 활용되고 금액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가치평가를 강화하고, 금융 지원도 확대하겠다. 이러한 시책은 심사·심판에 방해 안 되도록 추진하겠다. 특허청 전체가 가야 할 방향에 많은 사람을 동원하지 않겠다. 소수 해당 업무 분야 인력과 협조해 추진하겠다. 또 다른 시책은 우리의 우수한 심사·심판 제도를 세계에 뿌리내리도록 하는 것이다. 이미 해외에서 우리 정책을 배우겠다는 곳이 많다. 우리나라 지식재산 정책은 짧은 기간 많은 발전을 이뤘다. 업무 프로세스 전산화가 잘 돼 있다. 전자 정부 3.0을 활용해서 적극적으로 확산시키겠다. 오는 9월부터 미국과 공동심사를 한다. 앞으로 세계 여러 특허청과 심사를 같이 해서 한국이 이러한 제도를 만들고 선도하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특허청이 그간 특허심사 기간 단축에 많은 신경을 썼다. 이 때문에 특허 품질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심사기간과 품질로 대변되는 양날의 칼을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지.

▲특허 심사 기간은 이제 더 이상 줄이려 하지 않겠다. 과거 우리나라가 특허심사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했을 때 사람을 늘리면 됐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10개월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심사 처리 속도를 갖고 있다. 여기서 기간을 더 단축하려면 사람만 늘려서는 안 된다. 마라토너 예를 들어보자. 42.195㎞를 전력 질주한 마라토너에게 100미터를 더 뛰라고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심사도 마찬가지다. 현재 심사 처리 속도를 유지하는 것도 벅차다. 그렇다고 여기서 뒤로 갈 수는 없다. 올 연말까지 당초 계획한 심사 처리기간 목표를 달성하면 심사 품질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선회하겠다. 해외에서 인정받는 위상만큼 심사 품질면에서도 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 부분에서 과거 걸림돌은 속도전이었다. 이제는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야 할 때다. 과거 빠른 추격자(패스트 팔로어)에서 선도자(퍼스트 무버)로 나아가겠다. 구체적으로 출원인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도록 품질을 개선하겠다. 심사는 전적으로 심사관에게 달려 있다. 심사관이 애쓰는 걸 출원인도 알아야 하고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 우선 특허출원 인터페이스를 강화할 생각이다. 특허 심사 착수 시 담당 심사관이 누구인지 출원인에게 알리겠다. 이러한 성의를 보이면 출원인도 예전보다 심사관을 신뢰할 수 있게 된다.

-국내 지식재산서비스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와 대책방안은.

▲국내 지식재산서비스 시장은 지식재산서비스에 대한 기업 인식이 부족하고 서비스 업체 역량도 미흡해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 2013년 기준 시장 규모는 6400억원, 고용 규모는 약 1만6500명에 불과하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지식재산서비스 산업특수분류를 제정했으며, 최근 지식재산서비스 산업특수분류를 기초로 세제 지원을 추진 중이다. 앞으로 모태펀드 특허계정을 통해 150억원 규모로 지식재산에 직접 투자하고, 서비스기업 투자펀드도 200억원 규모로 조성하겠다.

-지식재산 가치 평가를 통한 금융 지원이 확대되고 있다. 현황 및 지원 강화 방안이 있다면.

▲지난해 지식재산 가치평가비용 지원 사업으로 총 303개 기업에 1658억원 규모 보증 및 담보 대출을 지원했다. 올해는 400개 기업, 2000억원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지식재산 금융 프로세스를 정비해 지식재산 금융을 내실화하겠다. 지식재산 가치 평가 기간·비용·모델을 금융 및 투자기관 맞춤형으로 개편하고, 지식재산 가치 평가 기관을 민간으로 확대해 시장 중심 평가가 이뤄지도록 하겠다.

-법정에서 지식재산 소송 관련 손해배상액 현실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대안이 있는가.

▲우리나라 법원서 인정되는 손해배상액은 미국 등 선진국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이는 판사가 손해배상액을 얼마만큼 정해야 할 지 잘 알수 없기 때문이다. 핵심은 특허권 가치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등 선진국은 징벌적 보상이 강하고, 특허거래 활발하게 이뤄져 지식재산 시장도 활성화됐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이런 시스템이 약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손해배상액 산정 체계를 개선하고 관련 증거 제출 의무를 강화하는 특허법 개정안을 원혜영 의원이 발의했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된 상황이다. 개정안에는 특허권자가 적정 실시료를 받을 수 있도록 산정 기준을 개선하고, 감정인에게 당사자 감정사항 설명 의무를 도입해 정확한 배상액 산정이 이뤄지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외국 전문기업의 국내 기업 대상 지재권 분쟁이 늘고 있다. 대책이 있다면.

▲우리 기업이 피소당한 건수는 2010년 57건에서 2014년 244건으로 크게 늘고 있다. 기업 차원서 외부로 공개하지 않는 건을 포함하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계 특허전문기업 활동은 기술개발 및 라이선스 거래를 촉진하는 순기능과 제조기업 생산·영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역기능이 공존한다. 순기능은 취하면서 역기능은 최소화할 수 있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앞으로 우리기업에 특허괴물 동향 정보를 제공하고 지재권 소송 보험 및 분쟁 컨설팅 등을 지원하겠다. 국내 첫 지식재산전문기업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기반 여건도 조성하겠다.

-지난 5월 중국에서 열린 지식재산 선진 5개국(IP5) 특허청장 회의에서 한국 위상은 어떠했는가.

▲개인적으로 20여년 만에 특허청에 돌아와 처음 참석한 국제회의였다. 달라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한미 특허청장 회담에서 한국 주도 심사협력 사업인 ‘공동심사 프로그램’을 시범 실시하기로 합의해 한국 특허심사가 세계적 수준에 올랐음을 실감했다.

-지식 재산 분야에서 국제협력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주요 국제협력 방안이 있다면.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 확대에 대응해 지식재산 협력 대상국과 협력 분야를 확대하고 해외지재권 보호를 강화하겠다. 그간 선진국 중심 협력에서 벗어나 동남아·중동·남미 등 우리 기업 진출이 확대되는 신흥·개발도상국과의 협력을 확대하겠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