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재개된 스마트그리드 확산 국책사업 예산이 반쪽 이하로 축소될 전망이다. 사업 중복 등을 이유로 당초 8700억원 사업비가 3700억원으로 줄면서 주요 사업이 빠지게 됐다. 한국형 스마트그리드 모델 확산보다는 형식만 갖췄다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은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 예비타당성 검토 결과,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하는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 예산이 8700억원에서 3700억원으로 축소됐다고 7일 밝혔다.
당초 스마트그리드사업단은 지난 2013년 예비사업자로 8개 컨소시엄을 선정, 이들 제안서를 종합해 국비(3220억원)와 지방비(851억원)·민간 부담금(4693억원) 등 총 8700억원 예산을 책정했다. 하지만 사업비가 절반 이하로 줄면서 전면 재수정이 불가피해졌다. 8개 컨소시엄 100여개 중소·대기업과 지방자치단체는 이미 자체 예산에 조직까지 마련한 상태라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그리드사업단 관계자는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이 다른 과제 사업과 중복된 데다, 일부 컨소시엄이 자체 투자항목을 공공 편익성 사업비에 반영하면서 총사업비가 축소됐다”며 “예타 결과 사업비는 줄었지만 자기자본을 투입해서라도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컨소시엄이 나오고 있어 실제 사업규모는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말 산업부가 예산계획을 최종 수립한 후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후 심의를 거쳐 12월께 국회 예산심의 절차를 밟게 된다.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기 사업제안시 ESS 151㎿h(용량기준), 전기차 661대, 충전기 1480대가 포함됐다. 하지만 한전SPC 등 중복사업을 이유로 모두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일부 컨소시엄에선 확산사업과 직접 연관이 없는 시스템에어컨, 고효율 기기 등 자체 투자 항목까지 사업비에 반영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KDI는 공공편익에 위배된다고 보고 이를 제외시켰다.
정부가 정한 사업비가 줄어든 만큼 참여기업 자생적 시장 창출을 위한 자구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ESS와 전기차·충전인프라 사업예산이 빠짐에 따라 정상적인 사업 진행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한 컨소시엄 주관사 고위 관계자는 “ESS나 전기차 인프라는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의 핵심으로 전력수요관리에 효과적일 뿐 아니라 새로운 사업모델 발굴에도 필수인데 이를 각각 단순 중복·단발성 사업으로 판단해 제외시킨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ESS 없이 사업 완성도를 높일 수 없기 때문에 자체 예산을 추가 투입해서라도 사업 완성도를 높이는 자구책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다수 컨소시엄은 ESS 기반 수요관리와 가상발전 사업, 전기차 충전인프라 등 전력 판매 사업모델을 제시해 예비사업자로 선정됐다. 사업비 축소로 이 중 절반 이상 사업모델 구현은 어렵게 됐다.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은 지난 2012년 종료된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에서 검증된 기술·사업모델을 민간 중심으로 사업화하기 위해 내년부터 3년간 전국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2013년 한국전력·KT·SK텔레콤·LS-LG·포스코ICT·짐코·현대중공업·현대오토에버가 이끄는 8개 컨소시엄이 예비사업자로 선정됐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